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신년대담

정리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사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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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버리고 인간애 회복할 때 상생할 수 있어”
교회의 민낯 들춰낸 코로나19
본질적 사명과 역할에 대한 성찰로 성숙한 신앙공동체로 새로워져야
대면 전례와 성사는 신앙생활 근간
비대면 방식 활용할 수는 있지만 신자들 찾아가는 사목적 노력 필요 
힘들수록 더 심해지는 양극화
교회, 가난한 이들의 옹호자 돼야
사제 대상 생명교육 도입 시급
교회 생명 수호 운동에 관심 부탁
소비 위주 삶이 만든 생태계 위기
생명 존중하는 삶으로 회귀하며 일상 속 생태적 회심 실천이 필수
함께 걸어가는 공동합의성 회복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공동체 중심으로 함께 노력해야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시기이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은 어둡다. 백신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여전히 우리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미사 등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올 한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극복하고 교회의 사명인 선교를 위해 어떻게 나서야 할까? 본지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로부터 올해 한국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목 과제와 실천 방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용훈 주교와 본지 장병일(바오로) 편집국장의 대담은 지난해 12월 18일 수원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 대담 장병일 편집국장

이용훈 주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상생의 가치’라고 말한다.

-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올해 한국교회 사목전망을 살피기에 앞서 먼저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현재 각국에서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올 연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 코로나19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주교님께서는 이러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국과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 이용훈 주교(이하 이 주교) : 우리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라고 말하는 용어 안에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전개 될 것임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 세상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긍정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분명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위기의 시대가 될 것이지만, 우리는 이 도전에 대응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상생의 가치’입니다. 자국의 실리만을 추구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결하고 경쟁하던 시대는 코로나와 함께 종식을 고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강대국들이 상호협력하고 약소국을 배려해야 합니다. 코로나 백신을 예로 들면, 대략 2년 뒤에도 인류의 25%에 해당하는 20억 명은 접종을 못한다고 합니다. 우선, 정의로운 백신 분배로 세상에 만연한 코로나19를 종식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해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류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 장 국장 : 코로나19로 교회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미사 참례인원이 제한되고 단체 활동과 모임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는 고통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 교회가 맞닥뜨릴 도전과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이 주교 : 우리 교회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교회 본연의 모습에 대해 다시 반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박해 시대 교회의 순수함과 열정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기성교회는 타성에 젖어 세속에 물들고 외형적인 발전과 번영에 눈이 멀고 있었습니다. 신자들은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고, 성직자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교회 안에서 반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교회의 민낯을 드러나게 해 줬고, 교회의 본연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강한 동력을 제공해 줬습니다.

이제 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한 변화와 도전의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응답은 당장의 현실적인 대처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과 역할에 관한 깊은 성찰에 근거한 신앙의 실천이 돼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모든 형제들」을 통해 형제애와 우정을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의 박애와 연대로 확장시킬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인간과 피조물에 대해 성찰하며 시대의 징표를 읽고, 생명과 인간 존엄성, 공동선 증진,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지켜내는 성숙한 신앙공동체로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 장 국장 : 하나씩 짚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극단적으로 갈라진 양극화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과 재해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교회의 소명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 이 주교 : 앞으로 양극화로 인한 고통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과 피해에서도 차별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항공사와 같이 큰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반면, 힘없고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 많은 위험과 삶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작은 협력업체의 직원들은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집단 감염됐고, 업무량이 폭증한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특수 고용직의 경우, 고용 불안으로 인해 생계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재난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고통의 크기는 같지 않습니다.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더 많은 이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공공의료와 ‘돌봄’ 등의 공적 영역이 확대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 옹호자의 역할만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 장 국장 :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교회의 사목 시스템도 갖춰야 할 듯합니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사목의 획기적인 변화와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사목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요?

▲ 이 주교 :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목 구조와 제도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교회 구성원이 복음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 아무리 훌륭한 사목 방향을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교회 구성원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복음 말씀 안에 우리가 해야 할 사목의 방향과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아니라, 복음으로의 회심이고 선교 사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복음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돌보고, 환경을 지키며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의 사목 방향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교회도 교황님의 가르침처럼 이 땅에 주님의 복음이 널리 선포되어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장 국장 : 코로나19 이후 신앙생활의 중심이 성당이라는 공간과 전례 및 성사생활로부터 일상 삶의 영성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당이라는 공간과 시간에서 벗어나, 일상 삶으로 신앙생활이 확대된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 전례와 성사생활은 신앙생활의 근간이며, 이는 곧 오프라인의 친교와 일치, 나눔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앙생활은 어떻게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가야 할지요?

▲ 이 주교 : 미사 전례와 성사의 은총은 우리 신앙생활의 근간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이 근간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성당’이라는 커다란 공간 안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전례를 통한 성사의 은총을 나누었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전례가 이뤄지고 그 안에서 성사의 은총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들이 모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제가 신자들에게 다가가 전례를 집전하고 성사의 은총을 베푸는 형식을 갖춰야 합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 흩어진 교우촌을 돌아다니시며 사목활동을 하셨습니다. 단 한 명 신자의 고해라도 듣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으신 최양업 신부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 사목자들이 땀의 순교 여정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자들도 전례와 성사를 통해 체험한 은총을 각자의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가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과 새해 한국교회 사목적 과제와 실천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장 국장 :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신자들을 위해 소규모 전례를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일선 사목자들이 명심해야 할 조언 같습니다.

▲ 이 주교 : 본당 사목자들이 미사를 좀 더 늘린다거나 온라인 강론, 그리고 초등부와 중고등부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주일학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자들의 영적 갈증과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구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여 가정교회의 기도생활을 위한 자료를 배부하고. 사순시기에 어르신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컬러링 북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구차원에서 하나의 방법으로 ‘이렇게 하라’하고 요청할 수는 없겠지만, 공동체 조직이 살아있는 한 신자들은 다시 찾아 올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사목자들이 신자들에게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장 국장 : 이번에는 생명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겸허한 성찰을 해봐야 할 듯합니다. 낙태가 합법화됐습니다. 교회의 입장은 물러설 수 없이, 명백하고 단호하지만 낙태 문제에 대한 접근은 좀 더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낙태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얼마나 수용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인간 존재로서 태아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실제적으로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낙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요?

▲ 이 주교 :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생명을 놓고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최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교회 내 생명교육 실태를 조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사제들에 대한 생명교육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제 대상의 교육 부재 혹은 부족, 사목자의 관심 결여는 자연히 부모, 청소년으로 연결됐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제를 대상으로 한 생명교육이 시급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도 좋을 생명은 없습니다. 사랑의 결실인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단지 내가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낙태하는 것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월권행위입니다. 한 여성이 혹은 한 가정이 출산의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낙태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책임을 방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한 개인이나 가정에게만 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가 선포하는 ‘생명의 복음’은 단지 낙태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과 이를 지키기 위해서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출산의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여성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출산의 문제와 책임은 한 여성이나 가정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반생명적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해 기도하고, 생명을 살리고 수호하는 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립니다.

- 장 국장 : 코로나19의 주요 원인으로 환경파괴가 제기되는 등 생태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지난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특별 사목교서까지 발표했는데요. 가톨릭 신자와 교회 공동체가 ‘생태적 회심’과 이에 대한 실천을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 이 주교 : 코로나19 이후로 온 인류의 관심이 환경과 생태위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우리의 삶은 편리함이라는 잘못된 습관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생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편리함을 포기해야 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생태적 회심이 실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선 진정한 회심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고, 이는 어느 한 집단이나 계층이 아닌 모두가 해야 할 필수사항이라고 봅니다.

교황님께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 시기는 징벌의 시기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별해야 하는 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행복의 척도로 착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삶은 결국 생태계와 인류의 위기로 돌아왔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물질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삶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이라도 먼저 소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난다면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장 국장 : 한국교회는 지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을 살고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선포의 의미와 이를 살아가는 신자에게 하고 싶으신 당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올해는 김대건 성인뿐만 아니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도 탄생 200주년을 맞이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조속한 시복을 위해 교회와 신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이 주교 : 이번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은 한국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영성을 우리 삶의 중심에 놓고, 신앙이 주는 참 기쁨을 나누는 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이 희년을 통해서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순교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길 바랍니다.

희년 주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는 이 시대가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시며 하느님에 대한 놀라운 신앙을 고백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선교와 봉사의 삶을 통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돕고, 지구 환경을 살리는 생명 문화 건설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올해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당시 137개 교우촌 신자 1만8000여 명을 12년 2개월 동안 보살피시다가 탈진해 병사하신 ‘땀의 증거자’이십니다. 특히 한국교회의 사제들이 본받아야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서도 열성을 다해 기도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 장 국장 : 교회 곳곳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걸어가는’ 공동합의성을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다수인 평신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하느님 백성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사목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교회를 위해 한국교회는 올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 이 주교 : 공동합의성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동합의성은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존중과 섬김, 배려의 정신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 한국교회가 성직자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면, 이제는 어느 한 구성원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 교회를 이끌어 가야합니다. 이제 교회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공동합의성을 회복해야 하는 때가 온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성직자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주교단 역시 공동합의성을 지지하고 있고, 공동합의성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의’라는 표현 때문에 ‘민주주의 다수결원칙’에 의한 의사결정방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생활과 활동방식에 부합하는 결정이어야 합니다. 교회가 다수결로 결정했다하더라도 하느님 말씀과 전통에 부합하지 않으면 공동합의성이 실현됐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교구가 운영하는 평의회나 위원회에서, 먼저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하겠습니다. 작은 시노드를 일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공동합의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 내 여러 기구와 제도를 잘 운영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경청하여 공동합의성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장 국장 : 올 한해를 시작하는 한국교회가 염두에 두길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이 주교 : 올해는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이기도 하지만 ‘성 요셉의 해’이기도 합니다. 요셉 성인은 자신을 버리고 드러나지 않게 성가정을 위해 희생하신 분이십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요셉 성인처럼 살아가고자하는 염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배필이신 요셉 성인을 한국교회의 공동 수호자로 모시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요셉 성인을 본받아, 신앙을 삶에서 드러내지 않으면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천주교 회원일 뿐입니다. 진정한 천주교인으로 본연의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 장 국장 :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모든 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 주교 : 한국사회에서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애를 회복해야 합니다. 교황님께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우리가 이기심을 버려야 모두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소유와 명예, 욕심, 이기심을 위해 울타리를 치고 살면, 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함께 사는 이웃의 어려움과 아픔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한국사회가 돼야 할 것입니다. ‘울타리를 치우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유대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대담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리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