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01. 공동체의 회복을 위하여 -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32)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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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 149항
이제,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어야 할 때
자본주의 속 고립과 소외 심각화
개인의 어려움이 사회문제로 확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공동체성 회복 위한 노력 절실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라고

우리 서로 새해의 덕담을 주고받지만

삶의 길에는 어둡고 아프고 나쁜 일도 너무 많아서 조금은 불안하고 두렵지요.

그럴수록 우리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서로 복을 짓고 복을 받아

복을 나누는 가운데 선업을 쌓고 덕을 닦는 아름다운 복덕방이 되어야지요.(이해인 수녀 ‘새해덕담’ 중)

■ 혼자 사는 세상?

‘유튜브 콘텐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회 수가 가장 많은 동영상이 뭔지 아시나요? 2016년 한국 핑크퐁이 제작한 ‘상어가족’입니다.(2020년 12월 23일 기준 조회 수 74억8600만여 회) 인기 비결은 상어라는 귀여운 캐릭터, 단순한 멜로디, 강한 중독성, 그리고 가족 컨셉 노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귀여운 아기상어, 어여쁜 엄마상어, 힘이 쎈 아빠상어, 자상한 할머니상어, 멋있는 할아버지상어’라는 가사처럼 가족 구성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노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나의 자리가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전해 줍니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가족개념이 변화된 시대, 가족이 해체된 시대라고 진단합니다. 심지어 자율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가족이 있다 해도 함께하기 어렵고, 서로가 서로를 잊고 사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증하는 1인 가구, 나 홀로 소비, 혼밥과 혼술, 비혼, 만혼, 고령화 현상은 그 결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어떤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고립과 소외, 위기감과 두려움입니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경쟁은 적 아니면 친구라는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고, 개인은 더 철저히 혼자가 되고 맙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 연필꽂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고립과 소외

과연 사람은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존재일까요? 문제의 심각성은 개인의 어려움이 전방위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지옥고(반지하, 옥탑, 고시원을 줄여 일컫는 신조어), 독거노인, 고독사, 자살, 빈곤 등 고용, 주거, 복지, 건강, 안전 분야에서 많은 사회문제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는 부적응, 난해함이 강요됩니다.

첨단기기와 문명이 어려운 어르신들부터 삶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어린이·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비대면 문화가 이를 더 악화하기도 합니다. 기능적 차원만이 아니라 신뢰와 사랑의 자리도 자꾸만 비어갑니다. 이는 인격적 친교, 소통, 관계를 통해 가능한데 그것이 요원해져 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연결망이 허물어지고 사각지대가 넓어지며 사회는 위기, 갈등, 긴장이 높아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 가치와 복지 확충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사회정책·제도적 확충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함께 살아감에 대한 우리의 진지한 성찰과 공동체를 이루고 회복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 “힘이 되어 주어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

최근에 혼배미사에서 주례 신부님의 강론을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신랑과 신부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처럼 되십시오. 여러분들의 부모님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혼인의 인연을 평생 간직하십시오.” 가족의 기능과 중요성이 약화된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가족과 공동체의 귀하고도 아름다운 본질이 드러납니다. 가정과 공동체, 이웃은 항상 중요합니다. 개인의 권리와 자율은 존중되고 증진돼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바탕은 건강한 공동체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며, 사회와 관계성을 강조합니다.(149항) 분명 공동체는 사랑, 포용, 인정과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가장 직접적인 공간이고 이것이 공동체의 본질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웃·가족이라는 생각이 바탕을 이룰 때 개인과 사회는 진정 평화로워집니다. 새해가 설레는 이유는 희망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희망이 펼쳐질 공동체 회복이 절실합니다.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32)라는 예수님 말씀과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큰 용기를 줍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인류의 창조주 하느님께서 이를 바라셨기 때문이다.(중략) 인간은 자유와 책임을 지닌 존재로서 동료 인간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고, 그들과 지식과 사랑의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49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