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역사의 흐름

노경상(바오로·서울 방배4동본당)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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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는 성경에 수십 번 언급되고 있지만 윤곽조차 알 수 없고, 그저 보이지 않는 천국이 있을 따름이다. 겨자씨, 누룩, 밭에 숨겨진 보물, 탈렌트 등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돼 있을 뿐 지금 그 천국은 이미 도래했으며 다만 아직 완성되지 않아 예수님이 재림 하실 때에 완성된다고 믿고 있다. 즉 그것이 구원의 완성이며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엄청나게 깊은 철학적 사고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리스도교는 왜 그 답을 주지 않고 있을까.

하느님 나라와 관련한 신학 서적마저 찾기 힘들다. 그리스도교의 최종 목적은 구원의 완성 즉 하느님 나라 구현인데 2000년 역사를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그러한 천국 즉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면서도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지상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의 지상 천국이 올 것인지, 아니면 천상 천국으로 가는 것인지 설명해주는 신학이나 주장이 아직은 없다. 그럼에도 2000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믿고 기도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으면 그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개인, 사회, 국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있어야 역사가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없기에 그리스도교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다가 이제 그 영향력이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소위 생활 속에서의 복음화가 후퇴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하느님은 아실 텐데, 말씀이 없으시다. 개인과 공동체 구원을 교리로 가르치고, 사회교리를 가르치며, 각종 신우회가 존재하지만 신앙과 실생활의 괴리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쉬는 교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성소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과연 하느님의 역사가 정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교계 지도자는 이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인 역사의 현실인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얼마 전 새로운 경제 모델을 발표 하셨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그리스도교 모델은 언제 나올 것인지. 이미 발표된 경제 모델은 역사를 끌어갈 힘이 있는 것인지. 전 세계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위협 받고 있는 요즘, 주님은 역사를 어디로 인도하고 계신지. 이 그리스도교 모델을 적용하면 끝을 향해 가는 역사의 종말을 잘 마무리 짓게 될지. 제3차 바티칸 공의회가 소집될 필요는 없을까. 간절한 기도와 신학적 노력이 요구된다.

노경상(바오로·서울 방배4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