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말씀 체험수기’ 최우수상 수상작 - 길 잃은 어린양 (상)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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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어둠 속에 들려온 주님의 음성을 듣고…

교구는 지난 해 온라인으로 성경 경시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말씀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11월 15일 수상자를 발표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씨 수기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저는 죄인이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어릴 적, 예수님이 너무 좋아 상본만 봐도 행복했고 예수님을 낳아주신 성모님까지도 저에겐 행복의 상징이었습니다. 개신교 신자였던 친구가 성모님 욕하면 신부님 찾아가 ‘어떻게 항변하면 되는지’ 여쭤보고 성모님에 대한 나쁜 말 못하게, 또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 알게 해주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성인이 되면서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고 오직 제 힘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려고 했습니다.

이 정도면 천주교 신자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으며,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로 바쁘다는 핑계로 주일 의무도 지키지 않고 “하느님, 바쁜 것만 해결되면 당신께 갈게요” 라는 말만 반복하며 수많은 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사회적 성공만을 좇으며 살았습니다.

직업 3개를 동시에 가지면서 얻은 사회적 성공은 순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진정한 평화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공동 행복이라는, 선을 가장한 악습에 묶인 저는 가정 안에서도 모두를 소유하려고 했고 제 생각과 계획만이 성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착각에 살았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 때 종종 끝도 없는 공허함과 어두움을 느끼며 이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밤, “내가 왜 이러지? 왜 행복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제 아래 끝 없는 어둠이 보였고 허무만 느껴졌습니다. 그때 “세실리아야, 나 여기 있다!” 라는 너무나 평화롭고 인자하신 주님의 음성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렸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렸고 울음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그 시간에 있고 주님 사랑의 감사함에 눈물이 계속 납니다. 얼마나 평화롭고 감미롭던지요. 무겁던 제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어둠은 주님의 포근한 품으로 바뀌었습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던 저는 더 이상 당신께로 가는 시간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 뿐만이 아니라 저의 가정을 함께 봉헌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아시지요? “나 여기 있다” 는 말씀을 그 전에도 들려주셨는데 저는 너무나 교만하여 주님의 사랑과 인내를 가볍게 여기며 당신과의 만남을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가라지와 밀을 끝까지 함께 자라도록 기다려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세속 욕망을 키우는 어둠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죽음에서 다시 살게 해주신 무조건적인 사랑에 감사드림과 동시에 죄로 당신과의 관계가 다시 멀어질까 봐 두렵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유아세례 후 신앙을 잘 전달하지 못한 저는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주말 시간부터 주님과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던 일 중 일부를 서서히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당신께 멀어지고 싶지 않아 확보된 시간들을 아이들과 미사 참례하는데 봉헌하고 교회 내 봉사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서서히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주님, 오전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며 살고 오후는 일을 하며 가정을 책임지고 그 수입으로 십일조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후 일이 줄었는데도 매해 필요한 만큼 수입은 늘었으며 그 수입 안에는 저의 바람대로 십일조를 할 수 있는 금액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주님께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꾸준히 기도해 주시고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이야기 해주신 엄마 덕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의 새들도 꽃들도 먹여 살리시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는 더 주시는 분이시니 하느님만을 믿고 미래를 너무 걱정 말라”시며 성경말씀을 자주 듣고 죄인들을 위한 기도를 권하신 엄마의 꾸준한 당부로 제가 하느님과의 끈을 이었듯, 저도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미사 강론 시간에 신부님께서 ‘천주교 신자들은 말씀 공부를 안 해서 개신교 신자들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냉담자 회두 권유도 하기 힘들어 한다’시며 말씀 공부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듣는 순간 주님을 더 알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 오르기 시작하여 창세기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절실히 느끼며 그 후로 지금까지도 아무리 바빠도 말씀 공부를 빼 놓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매일 미사 후 봉사하고 교구 성경공부인 ‘여정’을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저녁에는 퇴근 후 그룹성경 공부하러 성당에 달려 갔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본당에서 성경공부를 못하게 되어 ‘교구 사이버성경학교’ 강의를 통해 성경말씀을 익히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늘 듣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창세기 성경공부를 마치고 거룩하신 하느님 존재를 느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수 때 신부님께서 내일 당장 하느님이 부르시면 가야 하는데 뭐 하러 그렇게 보험금에 돈을 많이 쓰냐, 하느님을 믿지 못해서 세상에 의탁하는 마음이 더 커서가 아니냐는 말씀에 양심이 콕 찔렸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느님, 제가 당신께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께서 허락하신 시간과 재물을 당신께서 바라시는 일에 쓸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해 주소서. 보험금 중 하나라도 당신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손수임(체칠리아ㆍ제2대리구 산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