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지금 이 시간 / 강민주

강민주(일루미나) (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1-12-20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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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나인데 먹는 것은 매일 장을 본다. 거리의 간판을 보며 상가 주변을 걷고 있다. 출출함을 느끼는 이른 저녁, 한 치킨집 간판이 눈에 띈다. 누군가 “바삭하고 맛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발걸음이 어느새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있다. “몇 명이 드실 건가요?” “혼자 먹을 건데요…! 오리지널로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매장에서 맘에 드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인지 거리가 차분하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거리가 한적하다. 주문한 치킨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이런! 양이 엄청 많네! 이걸 어찌 다 먹을 수 있을까! 일단 한 입 먹어보고 생각하자!“ 한 입 맛을 보니 카레향이 나면서 바삭하고 맛있다!

‘이 맛은 나눠야 하는데’라는 오지랖이 일어나 근처에 사는 그녀에게 전화를 돌린다. ‘잠시 졸았다’는 그녀가 날아와 내 앞에 앉아 소리 내어 웃으며 생맥주와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녀는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나와 웃음 코드가 맞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만능 꾼이다. 특히 음식을 만드는데 겁을 내지 않고 순식간에 한 접시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와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함께 활동하던 봉사가 중단된 상태다. “우리 언제 봉사할 수 있을까?” “그러게, 연락도 없고 어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 봉사로 나누는 기쁨을 아는 그녀는 약간의 여운을 남기며 화제를 돌린다. 요즈음 인기 있는 TV 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닭다리를 뜯을 줄 알았는데 이런 기쁨이!

지나간 것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다가올 불확실에 걱정하는 시간 사이에 지금 여기의 시간이 있다. 많이 아픈 부위도 없고 깊은 근심도 없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에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지금이 바로 파티가 아닐까!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그 이야기가 내 생각과 같을 때는 서로 흥분하며 소리를 높여 이야기한다. “우리 조금 조용히 해야겠는데”하고 말하면 바로 “맞아!”하며 소리 내어 웃는다. 매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처럼 나에게 사랑과 행복을 스며들게 한다.

일상적으로 식전이나 식후 감사기도를 드린다. 오늘은 같이 드시자고 권하고 싶다. “하느님!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같이 닭다리 뜯지 않으실래요? 맛이 끝내줍니다.”

강민주(일루미나) (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