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우려 제거하고 사목적 배려 제공해야 비대면으로 불가능한 성사 별도 환기장치 설치하거나 넓은 임시 고해소 활용 등 감염 예방 위한 조치 필요 제때 성사 받는 것이 좋지만 기간 내에 고해성사 못해도 지나친 죄책감 갖지 말고 평소 기도·신앙생활 점검하길
최근 김 베드로(가명)씨는 마음이 무겁다. 대림 시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고해성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사가 중단됐던 지난 사순 시기에는 일괄 사죄 예식으로 판공을 대신했지만, 본당 사무실에 문의해 보니 올해는 본당에서 개별적으로 고해성사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김씨는 밀폐된 공간이고,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이용하는 고해소가 아무래도 염려스럽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염됐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천주교 집안 모태신앙인 김씨는 혼자라면 감염 우려보다 고해성사 의무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과 어린 자녀가 마음에 걸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판공을 맞고 있는 지금, 고해성사에 대한 고민은 비단 김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염병이 확산세를 띠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고해성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 가도 안 가도 찜찜한 고해소, 비대면은 안 될까? 팬데믹에 두 번째 맞는 판공이지만, 신자들에게 이번 성탄판공은 지난 사순판공과는 다르다. 지난 사순 시기에는 한국교회 전체가 미사를 중단해 성당을 찾아 미사 전후로 고해성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번 대림 시기 중에는 미사가 봉헌되는 본당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고해성사를 못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고해성사는 단순히 죄가 많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성사가 아니다. 신자들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비춰 보고, 하느님과 교회와 사람들과의 틀어진 관계를 올바른 관계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성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박해시대부터 내려오는 판공(辦功 혹은 判功)의 전통을 이어 신자들이 1년에 2회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해 온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고해성사를 비대면으로 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 고해성사가 그저 개인적인 참회나 고해가 아니라 ‘성사’여서 그렇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교회에, 특별히 전례 행위 안에 계신다”고 가르치는데, 구체적으로 집전자의 인격 안에 현존함을 전하고 있다.(「전례헌장」 7항) 즉 사제의 인격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고해하는 사람의 인격이 실제로 만나 고백하고, 사죄를 받는 것이 고해성사인 것이다. 여기서 인격이란 영혼과 육신의 합일체인 인간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전화나 화상통화로는 육신과 육신이 실제로 만나게 할 수는 없다. 칠성사 중 하나인 고해성사가 거행되는 본래 장소는 성당 혹은 경당이다. 교회법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고해소 밖에서는 고백을 듣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제964조) 물론 코로나19가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고해소’라는 장소가 고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해성사에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지난 사순 시기 집전됐던 일괄 사죄 형태 고해성사도 성당에서 사제와 신자가 직접 만나게 되고 나서야 가능했다. 물론 일괄 사죄도 예외적인 형태의 고해성사로, 원칙적으로는 개별적인 고해성사가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하는 유일한 정상적 방식’(교회법 제960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사 중단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있었기에 각 교구장 주교의 판단하에 가능했던 것이다. 일괄 사죄는 통회와 고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용서를 청하고 풀어야 할 부분까지도 묻어 넘어갈 수 있어, 일괄 사죄를 쉽게 허용하는 것은 도리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해가 될 우려도 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