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 현직 주교단 전원 서명한 사형제 위헌 의견서 헌재 제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6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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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기준>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존엄 폭력 악순환 고리 끊기 위해 사형제도 반드시 폐지 돼야”

한국교회 현직 주교단(3월 18일 기준) 전원이 서명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현대일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월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독하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12월 9일 오후 2시 현직 주교단(3월 18일 기준) 전원이 서명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주교단은 2020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의견서에 서명했다.

이날 의견서를 대독한 현대일 신부(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면서 “법의 이름으로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교회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인권선언은 사형제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인간적 형벌임을 규정하고 있고, 유엔이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채택하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형폐지를 독려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며 “유럽연합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은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우리나라도 법률적 사형폐지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더욱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극단적인 형벌은 그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사형제도 폐지야말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으로서 큰 걸음을 내딛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헌법재판소가 만들어 주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사폐소위는 사형제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2019년 2월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사폐소위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를 지원하기로 하고, 사폐소위 총무 김형태(요한) 변호사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과 헌법소원 청구를 대리했다. 앞서 2018년 12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고 이에 A씨가 헌법소원 청구를 하게 된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 이후 국제사회에서 먼저 연대했다. 지난해 12월 국제앰네스티, 올해 7월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 입장 의견서를 제출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도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보내 사폐소위는 12월 2일 헌법재판소에 한글 번역문을 전달했다. 유럽연합이 한국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정부는 11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최초로 찬성 표결했고, 제21대 국회에서 9번째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현재 사폐소위 등이 법안 발의에 참여할 의원들을 모으고 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