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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故 김창만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리며

이춘덕(가밀라마리아ㆍ서울 마천동본당)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8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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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창만 신부님 장례미사를 집전하신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김창만 신부님은 온유하고 친절하시며 어려운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을 주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연상케 하는 그런 분이셨지요. 몸이 약한 사제이면서도 가난한 삶을 사시며 저희들이 방문하면 하나라도 더 먹여 보내려고 애쓰시는 모습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심을 체험하곤 했고, 갈 때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제로서의 소명을 다하시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참으로 진지하고도 기쁨에 찬 열정이 마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께서 교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천주가사’와 교리서들을 편찬하시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2의 최양업 신부님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함께 방문한 저의 아들 신학생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기쁜 마음으로 격려해 주시며 사제로서의 삶의 길을 바르게 알려주시는 등 자상한 모습을 통해 아들 신학생이 거룩한 사제의 모습을 따를 수 있도록 대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주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신부님께서는 본당 출신 후배 송재영 신부님에게 당신께서 아끼시던 수품 제의를 주시는가 하면 원로사제들을 위해서도 당신 자비를 들여 여행도 보내 드리셨습니다. 또한 저희 사회복지시설 ‘효경원’에 오셔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평복 재속공동체”라는 말씀과 함께 봉사자들에게 힘찬 격려를 해주시며 저희들의 삶에 조언과 지도편달로 아낌없는 사랑을 부어주셨습니다. 이처럼 사랑의 영성을 가진 신부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전에 가끔씩 찾아뵈며 영성 깊은 말씀과 행함을 보면 저절로 그 삶을 닮고 싶은 맘이 샘솟는 그런 분이셨답니다.

혈연이 다른 3대가 한 가정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는 저희 ‘효경원’의 모습을 보시고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복된 은총의 삶이라 말씀하시며 대견하게 여겨주셨습니다. 늘 딸처럼 대해주시던 신부님께서는 평신도를 낮춰보지 않으시고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섭리하심이라 인정해주시며 칭찬과 격려를 마다않으시는 겸손한 사제이셨습니다.

몇 년 전 저희 공동체 자매가 암 투병을 한 것을 아시고는 약값에 보태라고 전 재산 1000만 원을 선뜻 내주시는 모습을 통해 인류를 위해 당신 자신을 모두 내어주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사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이웃 친척들에게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자 나눔을 실천하시는 측은지심의 소유자이셨습니다.

1996년 몸이 편찮으셔서 마천동본당을 떠나시며 모든 신자들과 눈물로 헤어지시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죽은 라자로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의 눈물을 보는 듯 우리 신자 모두는 그 흘리신 눈물의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더욱 성화의 삶에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저부터 하게 되었답니다.

김창만 신부님 !

사제로서의 삶을 기리는 이유는 바로 우리도 제2의 예수그리스도, 제2의 마리아, 제2의 최양업 사제 삶을 매 순간 살아가면서 본받기 위함입니다. 또한 그렇게 모범된 삶을 보여주신 당신을 뒤따르는 저희가 성화 완덕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천상에서 전구해 주시길 청하겠습니다.

이춘덕(가밀라마리아ㆍ서울 마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