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인권 주일에 만난 사람] 설립 10주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2-01 수정일 2020-12-02 발행일 2020-12-06 제 322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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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도 세상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전해야”
코로나19로 양극화 심각
역량 잃어버린 가난한 이 복원시켜 주는 것이 사목
교회, 그들 위해 봉사해야

박상훈 신부는 “교회에서 말하는 희망은 굉장히 작은 것, 무력한 것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넘어뜨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대의 다른 말은 겸손함입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이하 예수회 인권연대) 소장 박상훈 신부는 “연대는 결국 겸손해지는 것”이라며 “교회는 겸손함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신부가 말하는 연대의 기본 태도는 ‘이런 일을 해서 나한테 무슨 이익이냐?’, ‘내가 이거 한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굉장히 작은 것, 무력한 것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넘어뜨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교회에서 말하는 희망입니다. 보통 영성이라고 하면 사적인 것, 이웃을 생각하는 것 등을 생각하는데,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예수회 인권연대는 이런 ‘연대’와 ‘겸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제28대 예수회 총장을 지낸 페드로 아루페 신부(1907~1991)의 “사회정의 없이는 신앙도 없고 신앙이 없으면 하느님을 찾지 못한다”는 말에 따라 우리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박 신부는 가난에 대해 단순히 집이 없고 일자리가 없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돈은 많지만 사회적인 정서를 나눌 친구가 없는 고독한 상태라면 이것도 가난이라고 했다.

그는 “가난의 반대말은 부유함이 아니라 탐욕”이라며 “탐욕스러운 것은 사적인 욕망에 가득 차 있고 거기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가난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를 원래대로 복원시켜 주려는 노력이 바로 ‘사목’인데,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내일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런 세상을 놔두고 교회 성사를 온전히 진행할 수는 없다.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이 시대 속의 교회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이들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소외된 이들로는 돌봄 노동자, 배달 노동자, 생명을 책임지는 노동자, 이주민과 난민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박 신부는 “가톨릭교회에서 인권은 누구나 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말”이라며 “종말론의 관점에서는 여성, 빈민들도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종말론은 세상이 망한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새로운 비전이 설정되는 시점을 말합니다. 남 눈치 안 보고 내가 가진 희망을, 정당한 욕구를 실현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요? 왜 항상 시험을 통해 경쟁하고 급을 나눠야 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이 정리되는 때가 종말론의 모멘트입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