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든 지옥으로든 ‘스스로’ 간다 인간이 지옥을 선택하는 이유 자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주님께서는 회개로 초대했지만 천국을 향한 선택은 인간의 몫
지옥은 누가 가는 곳일까요? 주님께서 하신 천국으로의 초대를 “스스로 거부한”(1033) 이들이 갑니다. 누가 천국의 행복을 ‘스스로’ 거부하고 영원한 고통의 불붙는 지옥을 선택하겠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선을 행하도록 강요하지 않으시며, 자유로운 인간을 원하십니다.”(2847)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신앙과 회개로 초대하시지만 결코 이를 강요하지 않으십니다.”(160)
그렇다면 사람이 어떻게 지옥의 고통으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바로 자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길 가다가 열병에 쓰러진 십 대 소년 마이클을 삼십 대의 한나가 구해 정성껏 간호해 줍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한나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면 한나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한나는 마이클의 장래를 생각해서 조용히 마이클을 떠납니다. 그로부터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전범 재판을 참관하던 중 옛 연인 한나가 전범으로 몰려 재판받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녀의 혐의는 수용소에 갇힌 죄수들의 일상을 기록해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마이클은 문맹인 한나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무죄를 확신합니다. 그런데 한나는 순순히 유죄를 인정하고 20년 형을 받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입니다.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