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94. 우리와 사회의 회복을 위하여 - 감사와 봉사, 나 다움의 실천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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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추린 사회교리」 40항
이웃사랑, 망설이지 말고 작은 행동부터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일은 지속적인 결단 없이 실천 어려워
대담하게 뛰어들어 노력할 때
사명에 최선 다하는 ‘나 다움’ 표현 

이 신부: 정말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이렇게 봉사를 해 주시다니요.

봉사자: 아니에요. 신부님, 말로만 이웃사랑 얘기하지 저희들이 실천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이렇게 봉사할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감사합니다.

이 신부: 거듭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수고와 헌신이 분명 큰 밑거름이 될 거에요!

■ 이웃사랑, 기도의 힘이 필요해!

저번 주에 이어 오늘도 이웃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길 나눕니다. 이웃과 친해져야 하고, 서로 관심과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좋은 이웃이 되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했죠! 잘하고 계신가요? 아마 쉽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웃사랑이 너무나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교회문헌에서도 언급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43항에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하고, 심지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사회적 관심」 38항에서는 “확고하고 지속적인 결단 없이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 종교, 사회 현안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뿐만 아니라 하느님 은총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은총을 통해 인류는 거짓과 폭력의 악순환에서 헤쳐 나오며, 더욱 새롭고 준비된 마음으로 타인과 참되고 성실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89항) 이웃사랑을 위해 성당 일 더 열심히 하고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 대담하게 뛰어들기(daring greatly)

그러나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과 ‘어렵다고 안 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천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1858~1919)은 ‘공화국의 시민’이라는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비평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지적하거나 어떤 선수가 이러저러하게 하면 더 낫겠다고 훈수나 두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입니다. 그는 얼굴에 흙먼지와 땀과 피를 잔뜩 묻혀 가며 용감하게 싸웁니다. 실책을 범하기도 하고 거듭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노력을 하면 실수를 하고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기장의 투사는 자신의 노력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그는 위대한 열정이 무엇이고 위대한 헌신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는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온몸을 던집니다. 잘될 경우 그는 큰 성취감을 맛봅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그는 용기 있는 실패를 하는 겁니다.”(브레네 브라운 「마음가면」 중) 비평과 대담하게 뛰어들기(daring greatly)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자신의 역할과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나 다움’을 표현하는 것이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 ‘우정과 사랑의 나눔’으로서의 봉사

지난 여름부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에서 작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노량진 지역 수험생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반찬나눔사업입니다. 매주 화요일 약 4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엄마가 만든 것 같은 반찬을 나눕니다. 따스함과 우정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매주 여러 평신도분들, 신학생, 수녀님들이 오셔서 반찬 만드는 봉사를 해 주십니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 노량진까지 오셔서 힘든 주방 일을 해 주십니다. 살레시오회 김평안 신부님(보스코 젤라또 대표)도 청년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아이스크림을 주십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중 어떤 청년은 말없이 작은 돈을 우체통에 넣어놓고 가기도 합니다. 감사의 표현이겠지만 받는 저희가 더 쑥스럽습니다.

저희는 40명이 4000명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어린 우정과 격려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저희의 봉사가 대단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라 여깁니다. 찾아보면 그런 기회는 많을 것입니다. 그런 작은 뛰어들기가 ‘나 다움’을 표현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원의 보편성과 완전성은 인간이 하느님과 맺도록 부름받은 관계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자기 이웃에 대한 책임감 사이의 유대를 확고하게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0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