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내 마음의 숲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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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데우는 법은 간단하다. 말 몇 마디면 된다. 아파서 누워 있을 때 괜찮냐는 말보다는 “비타민은 챙겨 먹느냐”는 걱정이 더 오랫동안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하지만 살면서 이런 언어적 센스가 남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쩌면 상처 받는 말 한 마디 덜 듣는 게 성공적일지도 모른다.

11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 김동일)에는 좀 더 특별한 대화법이 등장한다. 바로 ‘침묵’이다. 경북 상주에 위치한 봉쇄수도원 수도자들은 카르투시오회 헌장에 따라 엄격한 생활을 한다. 대화는 정해진 시간에만 하며 침묵과 기도,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수도자들의 삶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떤 감동이나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아마 침묵 속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모두가 잠든 밤에 우리를 대신해 기도하는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준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마치 언제나 내 말을 들어 줄 이가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함이나 든든함 말이다.

김동일(브루노) 감독도 지난 7일 열린 영화 시사회에서 “친구들(수도자들)이 어느 한 곳에서 죽을 때까지 모여 있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며 “마지막 촬영 날, 힘들거나 이야기할 친구가 필요할 때, 조용히 기도하고 싶을 때 이곳에 잠시 들러도 되는지 물어 봤다”고 말했다. 세상일로 마음이 번잡하거나, 할 말은 많은데 들어 줄 이가 없다면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처럼 가만히 하느님을 불러 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여유는 덤으로 생긴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