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교회 쇄신을 위해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강조했던 ‘세상을 위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승찬 교수)는 11월 7일 서울 여의대방로 돈보스코미디어 7층 대성당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와 김수환 추기경’을 주제로 제10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코로나19 이후 종교와 교회 역할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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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우리 사회 어둠 속에서 종교와 교회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김수환 추기경 영성의 근원인 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회상에 맞는 시대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추기경이 1970~1980년대 한국사회와 정치적 사태에 적극 참여한 배경에는 공의회 영향이 컸다.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고 그 가르침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이것이 가난하고 병들고 죄지은 사람들 곁에 머무르다가 마침내 목숨까지 바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라고 믿었다.

가톨릭대학교 박승찬(엘리야)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세상을 위한 교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김 추기경님이 실현하고자 했던 공의회 정신을 재수용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산층 중심 사교모임이 돼 가는 본당 활동, 성직자 중심 위계질서, 특별한 소명을 지닌 평신도들에 대한 경시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국교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추기경님은 위계적인 제도 측면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동등한 품위’를 강조했다”며 “또 ‘사회 속의 교회’를 강조하고 교회는 그리스도가 하신 것들을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 추기경이 공의회 당시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서 공의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교수는 “교회가 자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남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공의회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공의회와 김 추기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교회 쇄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박병관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교수)도 김 추기경 영성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한국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폐쇄적으로 유지해 왔던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와 세상과 사회의 현실에 개방적으로 변한 데에는 김 추기경이 보여준 ‘헌신적인 리더십’이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가톨릭대학교 총장 원종철 신부는 축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비판을 받은 일부 종교 집단의 비이성적 태도는 진정한 교회 역할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며 “김 추기경님의 가르침은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세상의 위기 속에서 더욱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