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신앙인으로서의 단상(斷想) / 남기업

남기업(바오로) (제2대리구 본오동본당)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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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전염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사회는 물론 신앙까지도 흔들리는 전대미문의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쓰기 시작한 그 답답하던 마스크가 이젠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숨쉬기도 마음도 답답합니다.

중요한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끝이 보이면 계획을 세워 희망을 품어볼 수 있지만, 기약이 없다는 게 더욱더 절망스럽습니다. 너무 막막하여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며 어떻게든 해결되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미사 중단, 부분 재개, 일부 재개 등 교구에서도 무엇 하나 선뜻 결정하기가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전면적으로 미사 재개를 준비할 즈음 어느 종파 목사의 일탈로 다시 일상이 무너지는 절망을 우리는 봤습니다.

거의 매일 만나고 어울리던 형제들과의 만남도, 본당에서의 여러 가지 회합이나 모임도, 대축일 미사나 중요 행사도 미뤄지거나 취소된 지 오래입니다. 사태가 계속되면 우리가 신앙인이라는 사실까지 마음에서 멀어질까 그것이 무엇보다 두렵습니다.

다행히 성당에 나가면 많은 신자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며 체온검사와 손 소독, QR코드를 찍는 등 정부의 방역 지침에 협력하는 모습과 갈수록 미사 참례자가 늘어간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봅니다.

하지만 미사 후 봉헌금을 정산하다 보면 일부분의 이유겠지만 아, 이래서 일부 개신교가 정부 지침까지 어기면서 예배를 강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해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본당을 유지하려면 일정 금액이 필요하지만 많은 분이 미사에 참례하지 않다 보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적은 봉헌금이 걷힙니다.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교무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금액이 커지고, 그러다 보면 부담이 돼서 회피하고, 그러다 보면 냉담하게 되고…. 교무금은 계좌이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봉헌은 많든 적든 신앙인의 의무가 아닐는지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세상을 또 혼돈 속에 빠뜨리게 할 것이 충분히 예견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 가톨릭도 이제 미래를 대비해 새로운 준비와 도전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미사가 재개되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성당을 멀리하다가 아예 냉담하는 교우들이 얼마나 될까? 신앙을 이어갈 우리 청소년들은 다시 성당에 나올까? 언제쯤 성가를 부르고 손을 서로 잡고 가까이 앉아 미사를 드릴 수 있을까? 또 소공동체 모임, 레지오 등 각종 회합은 다시 잘 이루어질까? 본당의 조직들은 다시 예전처럼 활성화가 될까? 그냥 코로나바이러스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하느님,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분이여,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

<끝>

남기업(바오로) (제2대리구 본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