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위령성월 르포] 안성추모공원 성직자묘역을 가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떠나볼까
선종한 이들 위해 기도하며 부활의 희망 되새기는 장소
기존 미리내성지서 이장
성직자묘역 새롭게 조성

안성추모공원 전경. 산자락으로 넓게 펼쳐진 묘지들이 조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고 있다. 기존 미리내성지에서 옮겨온 교구 성직자묘역이 조성돼 있다.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이다. 특별히 위령 성월 중 1~8일은 많은 신자들이 교회 묘지를 찾곤 한다. 이 기간에 묘지를 방문해 전대사의 일반 조건을 이행하면 연옥 영혼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가족이나 지인의 묘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이번 위령 성월에는 교구 성직자묘역을 찾아 선종한 교구의 사제들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안성추모공원 성당과 유해봉안소.

안성추모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산자락으로 넓게 펼쳐진 묘지들이 수목 등의 조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공원’이라는 이름에 절로 끄덕여지는 풍경이다. 세속에서 죽은 이의 자리, 그리고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묘지라는 공간은 꺼려지기도 하는 장소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무덤은 죽은 이들이 부활을 기다리는 곳이자, 살아있는 신자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부활의 희망을 되새기는 자리다.

공원 내 표지판을 따라가니 널찍한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 묘지들이 보였다. 교구 성직자 묘역이다. 교구는 10월 20일 지난해 1월 선종한 고(故) 송영규 신부의 유해를 마지막으로 교구 성직자묘역 이장을 마무리했다.

기존 미리내성지에 있던 성직자묘역이 안성추모공원으로 이장하게 된 것은 기존 묘역이 협소했고, 묘역 중 일부가 국유지 내에 위치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구는 2019년 3월 19일 제160차 사제평의회에서 이장을 결정하고 같은 해 5월 31일부터 이장을 진행했다. 당시 33기의 유해를 이곳으로 옮겨왔고, 비교적 최근 선종한 9기의 유해는 시일을 두고 이장해 지난 10월 20일로 모든 유해의 이장이 완료됐다.

파리외방선교회 선교사제들 묘소.

선종일 순으로 안치된 성직자묘역의 묘지에는 사제들의 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교구사에서 이름으로만 봤던 사제들에서부터 최근까지도 우리 곁에서 생활하던 그리운 얼굴에 이르기까지 사제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기도할 수 있었다. 2002년 선종한 고(故) 김남수 주교의 묘지도 찾을 수 있었다. 김 주교의 묘지에는 다른 묘지와는 달리 주교문장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다만 역시 선종한 날의 순서에 따라 자리했다.

교구 성직자묘역이었지만 교구사제가 아닌 사제들의 묘지도 있었다. 바로 교구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들의 묘지였다. 묘지에는 사제 안학고(야고보)·사제 곽원량(가오로)·사제 유가은(프란치스코루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선종일은 각각 1890년, 1914년, 1934년. 아직 교구도 설정되기 전에 선종한 이 사제들은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사제로 교구 내에서 선교하다 선종한 사제들이다.

11월 1~8일 중 교구 성직자묘역을 찾는다면 연옥 영혼을 위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기간 중 묘지를 방문한 이들은 고해성사, 성체성사, 교황의 지향에 따른 기도를 바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안성추모공원은 전대사를 받고자하는 신자들을 위해 위령의 날인 11월 2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위령의 날을 제외한 11월 1~8일은 매일 오후 2시에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