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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불안의 시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 김의태 신부

김의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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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잘하는 나라로 꼽히는 대한민국이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요소들은 너무나 많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 국가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에 관한 관심이 낮은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출산율은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이기에 학교들이 점차 문을 닫고 있다. 그뿐인가? 1998년 외환 위기부터 우리나라는 구조 조정의 시대, 대량 해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해법이 항상 해고였다. 그리고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큰 나라가 우리나라다. 항상 노심초사해야 하는 사회, 일명 ‘불안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자. 천주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20~30대 젊은이들이 신흥 종교에 빠지곤 한다. 왜 그럴까? 이 불안한 세상에서 어떤 해법을 찾고 싶은 열망 때문이 아닐까? 젊은이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려 생존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불안감, 좌절감,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신흥 종교들은 달콤한 해법(?)과 그럴듯한 환상(?)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수학공식과도 같이 딱딱 떨어지는 성경해석, 희망이 없는 이 세상과의 단절로 이끄는 이분법적 논리와 종말론,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는 부활신앙을 축소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재림예수를 내세우는 교리 등 신흥 종교들은 젊은이들이 사회와 기성종교에서 느낀 불안과 환멸을 교묘히 이용한다.

불안의 시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불안을 이용하고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이 기본권을 누리고, 굶지 않고, 아플 때 돈 걱정 안 하고 병원에 갈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교육받을 수 있는 국가적 정책을 위해 가톨릭 공동체도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돈 있는 사람들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는 것을 복지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구매하는 방식이다. 의료보험, 교육보험, 연금보험 등을 국민 모두가 공동구매한다면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 국민 전체가 큰 혜택을 보는 시스템이다. 즉 우리 모두에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영적인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과거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세계청년대회를 떠올려 본다. ‘유럽교회에는 젊은이들이 없다!’, ‘유럽교회의 미래는 없다!’라는 소문은 거짓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신앙축제에 매료되는 장관이었다. 바로 많은 젊은이가 같은 신앙 안에서 함께 미래를 꿈꾸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그들을 건강하게, 그리고 안전한 신앙으로 이끄는 모습이었다. 우리들의 신앙 안전장치는 어디쯤 와 있는가?

김의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