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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는 행복합니다 / 남기업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8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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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기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땅 위에서만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행복도 포함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모든 행복을 물질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질이 풍족해지면 하느님께 봉헌도 많이 하고 성당도 열심히 다닌다고 하지요. 물질적 풍족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믿음, 그리고 봉사라고 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라는 논리(論理) 앞에 시무룩해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한 것입니다. 모자람이 있어도 회개하는 이들은 무조건 용서하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말입니다.

우리가 묵상하면서 만나는 주님, 미사를 드리며 만나는 주님, 소망을 바라며 만나는 주님, 마음의 상처와 고민을 하소연할 수 있는 주님,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주님, 조건 없이 사랑을 주시는 주님, 항상 베풀어 주시는 주님이 계셔서 얼마나 행복합니까?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챙겨주고, 위로해주고, 기도해주고, 찾아와주는 본당공동체가 있어서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합니까?

몇 번의 사업실패로 아내와 자식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어머님까지 돌아가셔서 실의와 고통에 빠져 있을 때 주님께서는 새로운 직장으로 인도해주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개신교를 다니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고, 낯설어하는 저를 구역 형제회로까지 이끌어주시어 참으로 따뜻한 분들과 어울리게 하시는 은총을 내려 주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형제님들과 매주 한두 번씩 만나 친교를 나누다가 어르신 초청 성지순례를 추진하여 구역 활성화는 물론 냉담 교우 네 명을 회두시키고 새로운 영세자를 세 명이나 입교시키는 결과까지 얻은 일은 지금도 뿌듯합니다.

형제님들과의 만남은 이십 년 가까이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다른 구역 형제들이 부러워하는 모임으로 말입니다. 신앙을 중심으로 대화하고 위로하며 유대관계를 지속하다 보니 모두 행복해하고 만남 자체를 기뻐합니다.

모두 타향이지만 신앙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의지하며 친형제와 같은 마음을 나누며 살다 보니 모임 구성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모두 신앙을 멀리할 수도 없습니다.

제 SNS 닉네임 아래에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당시부터입니다. 지금도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우리 가족은 항상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주님께 신뢰를 두는 사람”(시편 39장 5절)처럼 행복을 이어가기 위해 항상 주님께 기도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찾는 것은 오직 당신, 당신의 사랑, 당신의 은총, 당신의 뜻, 당신의 마음, 당신의 영이옵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멘! ”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