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가톨릭농민회 수원교구연합회 최현주 회장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8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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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돈 안 되는 친환경 농업? 창조질서 보전하는 ‘하느님의 일’
농민회 활동 유지되려면 신자들 관심·협력이 필수
하느님 창조사업 동참 요청

최현주 회장은 “친환경농사는 사람에게 이로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태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농사”라고 강조한다.

“우리농산물을 먹는 일은 곧 하느님 창조사업에 일조하는 일입니다.”

온갖 과수와 작곡이 풍성한 수확을 내는 가을. 농민들은 자연을 통해 얻는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시기지만,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톨릭농민회 수원교구연합회 최현주(요한 사도·52·제1대리구 미양본당) 회장은 “코로나19로 올해 많은 친환경 농가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그나마 안정적이던 학교급식 물량도 납품한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수익이 적기는 하지만, 안정적으로 소비만 된다면 가톨릭농민들의 활동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교구 내 여러 본당에 우리농 매장이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본당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우리농 매장도 많이 늘어난다면 가톨릭농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최 회장은 농사경력 26년에 축산과 논, 밭 등을 동시에 돌보는 복합영농인이다. 농사 인생의 모든 시간을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서 친환경 농업을 고수해온 베테랑이지만, 최 회장은 “소비자인, 그리고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신자들 관심 없이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수원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 수는 60여 명. 한 때는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많은 수가 가톨릭농민회의 농업 방식을 포기하고 말았다. 수익성이 적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사는 사람에게 이로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태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농사입니다.”

요즘에는 그래도 친환경 농산물이 비교적 보급되고 있는 편이지만, 가톨릭농민회는 일반적인 ‘친환경’의 기준보다도 엄격한 기준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농약,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단 대량생산이 어렵다.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농작물에 많은 노동력을 들여야 하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낮다. 농약이나 GMO품종으로 대량생산하는 외국산 농작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안 된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가톨릭농민회가 이 길을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신앙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과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고 보존하면서 인간에게 이로운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최 회장은 “어려운 길이지만 하느님 창조사업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이라며 “이를 위해 신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