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전교 주일에 만난 사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 신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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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동안 도시빈민 든든한 버팀목… “내 고향은 한국”
 1966년 입국해 팔순 맞아 
 가난한 이에 복음 전한다는 선교 사명을 신념으로 살아와
“마지막까지 한국에서 살 것”

지난 9월 24일 특별공로자로 인정받아 법무부로부터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 신부가 54년간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온 선교사로서 삶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대한민국 공익에 기여한 특별공로자로 인정받아 지난 9월 24일 법무부로부터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Robert John Brennan) 신부는 54년간 한국 생활을 이 한마디에 담았다.

안 신부는 1965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으로 와 올해 팔순을 맞았다. 고향인 뉴질랜드보다 한국에서 산 햇수가 배는 많다. 그래서인지 국적 취득과 관련해 안 신부는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큰 감흥은 없다”며 “내 고향은 한국이다”고 말했다.

처음 선교지로 한국에 발령 받았을 때 안 신부는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선교사로서 사명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회 기본사명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며 “선교사로서 살아갈 이유도 여기 있다”고 밝혔다.

안 신부는 원주교구 정선본당에서 고리대금과 사채 피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서울 목동본당 주임 시절에는 철거민들과 삶을 나누며 자신의 신념대로 가난한 이들 곁에서 늘 함께했다.

54년이 흐른 지금도 안 신부는 삼양주민연대 이사장 직책을 맡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삼양동 마을 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 재생사업은 재개발과 다릅니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연대하면서 마을 잔치도 열고 노인정,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등을 만들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죠.”

삼양동에 위치한 현재 안 신부 전셋집은 6번 철거당한 후 7번째 집이다. 한국에서 대부분 시간을 재개발, 철거와 싸워 온 안 신부는 지역 주민들이 내쫓기지 않고 보다 인간답게 살아야 할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삼양동 달동네에서 살 무렵 그 지역이 재개발로 지정돼 기업과 용역은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 빈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 바로 아래 집에 불이 나기도 했어요. 저를 쫓아내기 위해서죠. 그때 이웃 주민들이 양동이에 물을 퍼 날라 불을 끄면서 집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개인 문제가 아닌 우리 문제였던 것입니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안 신부는 연대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면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교회만을 위한 선교는 진정한 선교가 아닙니다. 교회는 세상 구원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말로만 전할 것이 아니라 복음을 몸으로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안 신부는 “올해 팔순이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며 “하느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신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