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 인간의 존엄 지킬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자본·기술 같은 객관적 결과보다 활동 자체로 우위에 있는 인간 노동 재화의 보편적 목적으로도 이어져 고용과 실업 반복되는 노동 위기 고용안정 확보와 불평등 해소 시급 새로운 노동 형태의 증가에 따른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 필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는 9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4차 혁명 시대에서 교회의 노동 이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위원회로 승격된 지 3년 만에 열린 첫 토론회라 의미가 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간 소외 문제 앞에서 교회는 어떠한 말을 건넬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여는 말에서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기술 혁신 시대에 노동은 또 다른 ‘새로운 사태’를 맞이한 것”이라며 “교회는 모든 인간의 존엄함이 지켜지는 중요한 방법이 노동에 있음을 선포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노동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고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교회가 가르치는 노동 개념을 중심으로 오늘날 노동이 갖는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토론회를 통해 살펴 본다. ■ 발제-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에서 노동의 의미와 우위성 교회의 사회교리는 노동을 어떻게 이해해 왔을까. 토론회 발제를 맡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이동화 신부는 노동과 관련한 교회 가르침은 두 단계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는 레오 13세 교황 회칙 「새로운 사태」부터 비오 11세 교황 회칙 「사십주년」까지이며, 두 번째 단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노동하는 인간」까지다. 곧 산업혁명 이후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인 1960년대를 전후한 시점까지는 노동자의 권리에 무게를 뒀다면, 그 이후에는 노동이 가지는 인간학적이고 신학적인 의미를 통해 보다 깊은 노동 이해를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두 단계의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노동 우위성’ 개념을 드러냈다. 즉 기술, 자본, 도구 등 인간 활동의 객관적 결과보다 노동의 주체로서 자기완성을 이루는 인간 활동 자체가 더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노동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그 반대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개념은 자본에 대한 노동 우위성으로 이어지며 사유재산에 대한 재화의 보편적 목적 우위성으로 연결된다. “인류 최초 노동은 하느님 창조 활동입니다. 「사목헌장」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따라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풍부히 돌아가야 합니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사유재산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신부는 이러한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오늘날 노동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면서 실업문제 등 인간 소외 현상이 드러나는데 이는 노동시간 재분배와 노동의 외연 확장, 즉 사회적 재분배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의하면 공정한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임금이다”면서 “이는 시장에서 임금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제공하는 ‘기본소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부는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적 조처는 노동이 갖는 인격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을 회복할 수 있고,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인간의 자기완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