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75주년 맞은 유엔에 "더 정의로운 세상 만들어야”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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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 기념 메시지 통해  태아·난민 등 문제 해결 촉구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시대에  인간 선익에 대한 재고 필요”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함께 대응하고 더 평화롭고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9월 25일 유엔 창설 75주년 총회를 맞아 전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통합적인 인간 발전에 쓰이고 자연환경 보호에 사용돼야 할 소중한 자원이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 경쟁을 통해 계속 낭비되는 상황에서 가난과 전염병, 테러 등 평화와 안보 위협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코로나19에 대처해야 할 상황에서 대부분 나라가 군비 증강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태아와 난민, 여성 문제를 등한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년 전 창설 70주년에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하기도 했던 교황은 이번 메시지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거듭 지적해온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인류는 불공정한 노멀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모든 인간의 선익과 환경을 우선하는 정치·경제 정책을 재고해보는 기회로 삼을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동 성폭력, 포르노를 포함한 아동 폭력이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코로나19가 어린이를 비롯해 보호받지 못하는 이주민과 젊은 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특별히 강조했다. 교황은 수많은 아동이 학업을 중단하면서 “아동 노동, 착취, 학대 및 영양실조가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황은 “코로나19 확산은 불공정한 자원 배분으로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지게 하는 현재 경제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을 변화시킬 기회가 될 수도, 개인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강화해 퇴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신앙 때문에 학살 등 온갖 박해를 계속 견뎌내야 하는 종교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도 이런 희생자에 해당한다”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우리 형제자매가 이런 고통을 받고 있으며 때로는 고향에서 달아나야 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와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한다”고 한탄했다.

교황은 지중해 난민 상황을 언급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바다에서 붙잡혀 강제로 수용소로 보내지고 거기에서 고문과 학대를 감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국가들이 이주민 및 난민을 돕기 위한 지역 및 국제 협약을 체결하고는 있지만 정치적 지원이 부족하거나 국가가 책임과 의무를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유엔은 모든 민족이 하나가 되도록 민족 간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 위해 설립됐다”면서 “이 기구를 올바로 활용하여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다시 한 번 모두 하나가 되는 기회로 삼자”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