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성모님의 숨은 기적 찾기! / 정현희 수녀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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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로메로 수녀는 성모님을 거의 몰아세우듯이 “루르드에 대한 이런 총애는 무슨 이유입니까? 저희 역시 당신의 자녀인데, 왜 그곳을 너무 멀게 해서 그 물을 이용할 수 없게 하십니까?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 땅에서 샘솟는 물 모두 당신의 물이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소년 선교사 레오나르도가 중병에 걸려 누워 있을 때, 마리아 수녀는 수도꼭지를 틀어 병에 물을 가득 채워 그에게 갖다 주면서 성모님에 대한 확고한 신뢰로 그 물을 마시라고 하였다. 다음날 레오나르도는 완전히 나았다. 마리아 수녀는 성모님께서 아주 평범한 수도꼭지를 통해 자기에게 주시는 물의 기적을 믿었기에 큰 병, 작은 병을 모두 찾아내어 그것들을 물로 채웠다.(「마리아 로메로 낮은 자들에게 봉사한 활동하는 관상가」 중 )

위의 일화는 코스타리카에서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였던 살레시오회 복녀 마리아 로메로 수녀의 성모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드러낸 기적 이야기다.

북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성직자나 선교사와 같은 종교인들을 어린이들을 몰래 잡아가 고문하거나 죽이는 악마나 마귀 같은 존재로 가르쳐 근본적인 종교심을 없애고자 한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수녀를 보는 순간 자신들을 잡아갈까 무서웠다고 한다. 이런 선입견을 가진 탈북 소녀들이 수녀와 살면서 세례를 받고, 고통과 아픔이 있을 때 성모님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은향이는 북한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9살에 탈북해 꿈사리공동체로 왔다. 은향이는 아주 예쁜 얼굴이었지만,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력과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에다 얼굴에 여드름이 심해 고개를 들지 않는 꽃이었다. 여드름에 좋다는 온갖 치료를 하고 약, 화장품을 다 써 봐도 효과가 없어 암울해 있는 은향이에게 성모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54일 기도를 하자고 초대했다.

은향이는 매일 나와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고, 나는 마리아 로메로 수녀님 신앙을 본받아 정수기 물을 받아 루르드 기적 샘물이라고 하면서 얼굴에 발라 줬다. 은향이는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 준비로 밤늦게 집에 와서도 성모님께 매일 묵주기도와 영적 일기를 바쳐 드렸다. 청원 기도가 끝날 때쯤 성모님은 당신의 손길을 드러내셨다. 검고 붉게 착색된 피부 색조가 점점 밝아지더니 54일이 가까워지자 새살이 돋은 듯 뽀얀 피부로 바뀌었다. 이 기적을 통해 은향이는 아녜스로 세례를 받고 성모님의 귀한 딸이 됐다.

10월 로사리오 성월, 고혹한 가을 장미 향기를 맡으며 우리 모두 손에 묵주를 들고 천진난만한 어린이처럼 성모님 망토 안에 숨겨진 기적을 찾아 나서자! 성모님 손을 잡고 묵주 한 알, 한 알에서 장미 향기 피어나는 정성과 인내로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을 위해 감춰 두신 화해와 평화의 기적을 찾아 나서자!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