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구약 공동 번역 어디까지 왔나?

입력일 2020-09-07 수정일 2020-09-07 발행일 1972-12-03 제 84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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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대중화가 주목적
범교파사업으로 교회ㆍ사회간 장벽 제거
74년 부활까지 출간 예정
성서로서의 영감과 문학적 감동을 조화
생활 감정에 맞는 산 언어로 표현 
가톨릭과 개신교가 성서 공동 번역에 착수한 지 5년째 접어들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이루는 성서를 현대 감각에 맞도록 번역 보급함으로써 복음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범교과사업으로 시작한 성서 공동 번역 사업은 68년 4월 먼저 구약 공동 번역에 착수함으로써 첫 발을 디딘 데 이어 69년 1월에 착수된 신약 공동 번역은 71년 부활절을 기해 출간됨으로써 첫 결실을 거두었다.

구약은 신약보다 8개월 앞서 시작했으나 신약에 비해 많은 양과 번역의 어려움으로 현재 90%의 초역과 80%의 독회를 거침으로써 73년 성탄절 출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장장 4년 반에 걸쳐 고된 번역을 맡아 오고 있는 번역실의 선종완 신부 문익환 목사 곽노순 교수 김우규 씨(문장 담당) 네 전문위원을 찾아 현황을 알아본다.

▲구약 공동 번역 착수

68년「새 번역 신약성경」을 내놓은 대한성서공회는 개신교와 가톨릭, 성공회 그리고 학계가 공동 참여한「성서공동번역위원회」를 구성, 그해 4월 18일 선종완 문익환 곽노순 전문위원에게 번역을 위촉함으로써 착수를 보았다.

이로써 한국은 영국ㆍ미국ㆍ프랑스ㆍ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로 공동 번역에 착수한 나라가 되었고 아시아에선 필리핀보다 1개월 앞서 착수했다.

▲번역 현황

이후 4년 반에 걸친 작업에서 현재「열왕기후서」「에레미아 예언서」「하바꾹」을 제외하곤 초역을 완료했으며 초역을 다듬는 독회는 80%를 마침으로써 전체의 약 85%를 마쳤다.

▲번역 진행

이들은 일주에 2일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모여 번역에 몰두한다.

선종완 문익환 곽노순 전문위원은 공동「텍스트」인「키텔」3판과 4판을 위주로 초역해 나간 다음 세 위원의 공동 독회를 통해 뜻을 매듭 지운 후 문장 전문위원의 손을 거쳐 문장을 가다듬는 순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텍스트」로 사용하는「키텔」판 (비블리아헤브라이카=히브리어 성경)은 독일성서공회가 신학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한 히브리어 원전 사본으로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용하는 구약성경 사본이다.

총 1434페이지인 이 원전을 하루 3~4페이지씩 번역해 나가는데 때에 따라선 한 단어의 해석을 놓고 종일 토론을 벌일 때도 많다고 문익환 목사는 말한다.

▲번역의 자세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번역에 관계없이 원문을 완전히 풀어헤쳐 우리말로 다듬어 놓는다는 원칙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을 선종완 신부의 말을 빌리면『몽둥이말을 비단말로 고치는』과정이라는 것.

따라서 개역이 아닌 새로운 번역이며 직역이 아닌 의역인 점이 공동 번역의 특성이라 하겠다.

더욱이 구약은 신약보다 더 문학적이기 때문에 문학성을 충분히 살려나가는 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서로서의 영감과 문학으로서의 감동을 조화시켜 가는 데 구약 번역의 어려움이 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또한 공동 번역이 재래식 표현에 익숙한 기성세대보다 성서를 외면한 채 지내온 젊은 세대와 비신자를 전제로 한 만큼 종래 신ㆍ구교의 익숙한 표현들을 과감히 버리고 우리 생활 감정에 맞는 산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성서 공동 번역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신구교 장벽의 제거 효과보다 교회와 사회 간의 벽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고쳐진 말들

번역을 통해 많은 오역이 밝혀지고 있다.

종래의 직역이 가져온 애매한 말들이 이번 번역을 통해 새로운 뜻으로 고쳐지고 있는데 예로 복구의 뜻으로 이해해 왔던「이 (齒) 를 간다」는 「후회한다」로「머리 깎고 휘파람 분다」는「머리 풀고 통곡한다」로「티끌로 돌아갔던 군중이 먼지 가운데 일어나리라」는「…부활하리라」로 등 생활 감정의 차이에서 온 생소한 표현들이 우리 감정에 맞는 새로운 표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애급」은「에집트」로「유월절」은「해방절」로「제사장」은「제관」으로 일반이 널리 쓰는 용어로 바뀌었다.

▲번역의 애로

본문의 뜻을 캐내려는 학자로서의 견해 차이가 있을 뿐 신학적인 차이에서 오는 문제는 없다고 한다.

문익환 목사는『신ㆍ구교가 이렇게 일치할 수 있다면 그 차이는 쌍둥이 차이밖에 없다』는 견해였고 곽노순 교수도『교회 밖의 사람들을 위주로 한 사업인 만큼 신학적인 견해차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템포론 73년 성탄 출간이 좀 어려울 듯하나 늦어도 74년 부활까지는 출간될 것으로 본다는 이들의 견해다. 74년 부활까지는 선종완 신부의 말대로『우리말을 제대로 익힌 하느님 말씀』을 접할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