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문가에게 듣는 코로나우울증 극복법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2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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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힘들다는 사실만 받아들여도 마음 속 작은 여유 생겨
답답함과 긴장감이 원인인 ‘코로나블루’ 끝이 보이지 않는 막연함도 우울감 유발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 표출하기보다 가정에서도 서로 예의 갖추는 말 필요
감염자에 대한 비난 삼가고 힘 모아야 규칙적인 일상 유지하며 안정감 도모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신앙생활마저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 ‘집콕’까지 늘어나면서 우리 안의 새로운 갈등과 문제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가톨릭신문이 분노관리연구소 이서원(프란치스코·사진) 소장을 만나 코로나블루(코로나 우울증)를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 왜 우울증인가?

모두가 답답하고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안에서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많은 이들이 호소하는 코로나블루는 상실감으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긴 상실감은 우울의 기폭제가 된다. 크고 작은 일을 뜻대로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짜증이 나고 이 짜증은 스트레스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이서원 소장은 우울감의 가장 큰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는 갇혀 있어서 그렇다. 광활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집 밖을 나서기가 조심스러워지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대한 긴장감 때문이다. 불과 반 년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낯선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짜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서투름이다. 삼시세끼를 집안에서 해결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집안일을 분배하는 것에서도 잡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가정주부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엄마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자식들에게도 전달된다.

이 소장은 “우리는 지금 일상을 잃어버렸다”며 “우울은 슬픔과 관련 있는데,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었을 때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희망 없는 막연함이 육체적 피로감과 함께 우울감을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19 극복 비결 1. ‘만두~’

“당신만 힘드냐?”

이렇게 말하는 순간 집안이 전쟁터가 된다. 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집안이 화목하려면 ‘만두’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만 힘드냐?”, “엄마만 힘드냐?”처럼 ‘만’을 많이 사용하면 결론은 “다 때려치워~”로 나기 십상이다.

1998년부터 가정문제를 20년 넘도록 상담해 온 이 소장은 사이 안 좋은 가정을 보면 대부분 분노를 표출하는 대화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두 힘들지~”, “엄마두 밥 꼬박꼬박 하는 게 힘들지~”, “당신두 힘들지~”와 같이 ‘두’를 사용하는 공감 대화법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우리 삶을 정화시키고 있다”며 “가정에서도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생각해 보고 서로 예의를 갖춰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극복 비결 2. 마음으로 하나되기

“너니까 견딘 거야~ 우리니까 해낸 거야~”

이 소장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지금 이 시기를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만 받아들여도 조금 위안이 되고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 함께 힘들다’는 마음으로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하며, 누군가 감염됐을 때 “왜?”라는 질문보다 앞으로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도 덧붙였다.

이 소장은 “서로 미워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사랑과 화합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에서도 사랑이 허다한 거짓을 벗겨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존귀함을 가진 하느님의 약한 자녀라는 점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적은 코로나19예요. 코로나19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열된 사람들이죠.”

■ 코로나19 극복 비결 3. 일상을 지속하기

마지막 극복 비결은 일상을 유지하기다. 이 소장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건강함에 감사기도를 한다. 이어 ‘뜻하지 않게 감염되더라도 담담하게 치료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도 함께 기도한다. 그리고 예전처럼 일상을 유지해 나간다.

그의 일상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과 강의나 상담 등은 줄었다. 그 대신 산책하는 시간과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그는 “수입은 줄었지만 아내와의 금슬은 좋아졌다”고 당당히 웃으며 말했다. “당 수치도 내려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화내는 사람을 대응하는 데 효과적인 ‘소데스까’(일본어로 ‘그렇습니까’) 비법도 공개했다. 누군가 화를 내면 일단 “소데스까~”라고 하며 한 박자 쉬어가는 방법이다.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을 알게 되면 삶이 훨씬 덜 힘들어집니다. 모든 갈등은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생기거든요.”

◆ ‘집콕’하며 이런 책 어때요?

■ 「마음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라면」

이근후·이서원 지음/380쪽/1만6000원/샘터

“내가 느끼는 즐거운 마음이 행복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 붙어요. 남도 즐거워야 한다는 거예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담아낸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상담전문가 분노관리연구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이 만나 ‘인생’과 ‘관계’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나’로 시작해 가족, 사회생활 등 내맘 같지 않은 세상살이에 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이은선 옮김/406쪽/1만4800원/홍익출판사

“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 만져지지 않는 것, 느껴지지 않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작가는 삶은 ‘축제’ 같은 것이라며 끊임없이 사랑과 열정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러면서 그 출발점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나를 찾고 싶을 때 혹은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고 싶을 때 좋은 가이드가 돼 줄 책이다.

■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유은정 지음/287쪽/1만5000원/21세기북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가끔은 상대의 기대를 외면해도 괜찮다. 한 번쯤은 거절해도 괜찮다. 때로는 욕을 먹어도 괜찮다. 지금껏 한없이 친절했던 당신이 조금 변했다고 외면할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이다.”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코로나19로 집콕이 늘어나면서 가까운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끼기 쉬운 요즘, 마음의 잔근육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준다. 책에서는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답한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