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879~887항) 교계제도는 일치의 도구다 교회 공동체 일치의 중심 ‘사도’ 믿음뿐 아니라 권한 배분 통해 사도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일치의 가시적 근원과 토대 마련
어느 교사가 40여 명의 학생과 야외수업을 위해 잔디밭으로 나갔습니다. 교사는 반장을 사회자로 세우고, 사회자를 중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안건을 선정해 토론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학생들이 저마다 한두 마디씩 두서없이 떠드는 통에 분위기는 시끌벅적해졌습니다. 바로 그때, 그 학급에서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한 학생이 일어서더니 갑자기 “아하!” 하며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말썽꾸러기가 드디어 중요한 말을 하려니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천연덕스럽게 사회자를 향해 찡끗 윙크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은 이제 사회자에게 쏠렸습니다. 그러자 사회자는 다시 자신에게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훨씬 수월하게 토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회도 하나의 학급 공동체와 같습니다. 그래서 위 학급처럼 분열될 수 있습니다. 성직자들도 평신도들과 똑같은 평등한 하나의 신앙인입니다. 그리고 평신도가 사제보다, 사제가 주교보다, 주교가 교황보다 더 영성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역사 안에서 주교들이 교황에게, 신자들이 사제에게 항상 순종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정교회는 자신들도 사도들의 후계자라 하며 교황권에 승복하지 않았고, 개신교는 아예 교계제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주교들이 공의회를 열어 교황을 해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가 하나로 일치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교계제도’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학급 반장을 일치의 중심으로 세운 것처럼, 교계제도도 그리스도에 의해 일치의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교리서는 “교황은 로마 주교이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주교들의 일치는 물론 신자 대중이 이루는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이다’”라고 가르칩니다. 본당 사제가 신자들의 일치 중심이고, 교구장이 교구 사제단 일치의 중심이듯, 주교단 일치의 중심은 교황입니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듯이, 비슷한 이치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도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880)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