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선종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1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나 됨을 위해 헌신했던 ‘주님의 종’ 잠들다
주교단 집전 장례미사 엄수

8월 8일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장익 주교 장례미사에서 고인의 동창 사제 최창무 대주교가 고별식을 주례하고 있다. 사진 최용택 기자

주님의 종 장익 주교가 8월 5일 오후 6시9분 향년 87세로 선종했다. 8일 오전 10시30분 강원도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엄수된 장례미사에는 600여 명이 참례했다. 이들은 평생 주님을 따라 산 고인을 추모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관련기사 7면

1933년 장면(요한) 전 국무총리 넷째 아들로 태어나 나흘 만에 세례를 받은 장 주교는 50년 넘게 주님의 목자로 살았다. 1963년 사제품을 받은 후 서울대교구 사제로 당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 비서, 세종로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고, 1994년 춘천교구 첫 한국인 교구장이자 제6대 교구장으로 임명돼 15년 넘게 헌신했다. 언어에 능해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할 당시 교황의 ‘한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0년 은퇴 후에는 춘천 실레마을 공소에서 원로 사목했다. 지난해 간암 진단을 받은 고인은 올해 들어 급격히 병세가 악화하며 5일 눈을 감았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가 주례하고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 장례미사에는 유가족과 신자·지인 등이 함께했다. 코로나19에도 성당 안팎은 추모객들로 가득 찼고, 성당 옆 말딩회관에서도 생중계 영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등 고인의 길을 배웅하기 위한 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고인과 70년 친구 메리놀 외방 전교회 한국지부 함제도(Gerard E. Hammond) 신부와 30년 인연 광주 무각사 청학 스님 등도 참례해 사목 표어(하나 되게 하소서)대로 모두와 하나 됐던 고인의 삶을 보여 줬다.

미사에서는 장 주교 약력 소개와 고별사가 이어졌다. 고별식은 장 주교의 동창인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주례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장익 주교님은 모든 것을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 바쳐 봉사하신 사제요 목자였다”며 “따뜻한 사랑과 나눔을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로부터 40일 전 선종한 사실을 언급하며 “세례명 ‘십자가의 요한’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주교님에게 주신 하느님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평생 보여 주신 겸손·검소함·소박함이라는 가치는 그리스도 향기가 돼 우리를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작별 인사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우리 주교님이셨다는 것이 참 행복했고 고마울 뿐”이라며 “사랑과 열정·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고 주님을 향한 여정을 더 행복하게 걸어가겠다”고 고별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애도 메시지를 통해 “교황님께서는 주교님의 영혼을 구세주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에 맡겨 드리는 장례미사에 마음으로 함께하시겠다고 하셨다”며 “진심으로 위로와 평화를 기원하며 사도적 축복을 전해 드린다”고 말했다.

고인의 사촌 조카 장기연(임마누엘·56)씨 등 유가족은 “항상 온화하고 착한 분이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슬픔을 표했다.

존경과 감사·아쉬움의 송별을 받으며 떠난 장 주교는 화장 후 먼저 떠난 교구 사제들이 묻혀 있는 춘천 죽림동 성직자 묘지에 안치돼 주님의 품에 안겼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