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544) 보속과 희생 (하)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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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없는 동안, 짜증과 스트레스를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친절로 풀었던 내 모습! 그래서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혼자 대성당 청소를 결심했는데! 날을 잡아 청소도구를 들고 대성당으로 들어섰는데, 그런 내 모습을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 나를 따라 대성당 안으로 들어온 신자분들! 그분들이 이제 막 청소를 시작하려는 내게 하는 말이,

“신부님, 뭐 하세요?”

“(화들짝 놀람)어, 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어떻게 들어오긴요. 신부님 따라 들어왔죠! 그런데 혼자 뭐 하시게요?”

숨길 수 없겠다 싶은 마음에,

“아, 예. 내일모레면 대성당에서 미사도 재개되고, 음…, 그리고 제가 요즘 지은 죄가 좀 많아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대성전 청소를 좀 하려구요. 암튼, 저 혼자 청소해도 됩니다.”

“아니, 이 큰 대성당을 어떻게 혼자 청소를 해요? 에이, 저희랑 같이해요. 보속이랑 희생은 같이해도 되잖아요.”

형제님 한 분과 자매님 두 분은 이내 팔을 걷어붙이더니 나와 함께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한 팀이 돼 한 사람이 진공청소기 전기 줄을 잡아 주면 또 한 사람이 청소기로 성당 안에 있는 먼지를 제거했습니다. 그 뒤로 물걸레를 든 두 사람이 성당 바닥을 닦았습니다. 혼자 했으면 정말 하루 온종일 걸릴 일이었는데, 네 사람이서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했더니 대성당이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신자분들은 주임신부랑 청소를 함께 했다는 뿌듯함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청소하면서 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택시 기사 분에게 좀 더 친절하게 말을 했더라면…. 화장실 한 번 쓰자고 하는데 뭐 그리 냉정하게 도끼눈을 뜨고 눈치 하닌 눈치를 주었을까! 또한 좋은 마음으로 성지순례 오신 분들이 미리 준비해둔 일정을 이해해주며 성물값을 받아 사무실에 전달해 주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분들의 순례에 내가 좀 더 친절한 마음으로 함께 동참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낙엽 쓰는 것이 힘들다며 찾아 온 할머니에게 그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는 말을 했더라면….’

며칠 동안 사소한 일들로 인해 사람들과 부딪혀 마찰이 생길 뻔 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마음 한 번 잘 잡고 미소로 상대방을 대했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그런 일들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행동들이 마음이 걸려 혼자 고민하다가, 대성당 청소를 하겠다고 스스로 난리를 치고! 그런데 정작 혼자 하기는커녕, 성당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던 교우분들께 힘든 청소를 시킨 것처럼 되었으니….‘보속하겠다! 희생하겠다!’는 마음만 폼 나게 내가 했고, 실제로 모든 ‘보속과 희생’은 신자분들이 다 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외적으로 큰 보속과 희생을 결심하면 과연 삶이 바뀔까….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서 대성당을 백날 청소해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시각을 바꾸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의 시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무거운 보속과 수많은 희생은 결국 몸만 축내는 행위가 될 뿐입니다. 그러한 보속과 희생은 아무리 많이 했다 하더라도 더 굳어버린 마음으로 인해 삶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날, 보속과 희생의 결심은 신부가 했고, 힘든 보속과 희생은 신자들이 다 했던 내 인생에 부끄러운 날! 어쩌면 신자 분들의 사랑 때문에, 신자들의 겸손한 모습 때문에 나의 마음이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성찰해 봅니다. 동료 신자들의 사랑이 보속과 희생보다 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사랑의 힘으로 세상과 사람 보는 시선의 변화를 다짐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