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대원 신부 「도덕경 편지」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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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 편저/상·하 각 424·426쪽/각 1만5000원/도서출판 동명
가톨릭 사제가 묻습니다 “도를 아십니까?”
상주 가르멜 여자수도원에 강의 대신 보냈던 편지 엮어
노자의 도가사상 해석하며 신앙적 견해 덧붙여 풀이

“도를 아십니까?”

어느 유사종교의 포교활동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가톨릭 사제가 묻는다. “도를 아십니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여러 사상과 문화의 전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儒), 불(佛), 도(道)라 할 수 있다. 실상 그리스도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러한 사상의 흐름 안에 뿌리를 내렸기에, 복음을 제대로 선포하기 위해선 이들 사상과 전통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이다.

서강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 안동교회사연구소장 신대원 신부가 「도덕경 편지」를 통해 도가사상을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원래 이 책은 ‘상주 가르멜 여자수도원 수녀님들에게 보낸 편지’로, 수도원에서 사목할 당시 강의하기로 했던 약속을 인사이동으로 인해 지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매달 꼬박꼬박 편지 형식으로 해오던 것을 엮었다.

신 신부는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그 양반, 노자가 휘갈겨 놓은 글에는 온통 ‘도’(道)에 관한 것뿐이었으며 가끔 가다가 ‘덕’(德)이라는 글자도 보였다”면서 “‘도덕’이란 우리 시대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대체 그놈의 ‘도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따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신 신부는 81장이나 되는 노자의 「도덕경」 전문을 번역하고, 거기에 성경과 함께 자신의 신앙적 견해를 덧붙여 풀이하고 있다. 예컨대,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도가 말해질 수 있다면 참된 도가 아니고, 이름이 불려질 수 있다면 참된 이름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탈출기의 하느님 현존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식이다. 신 신부는 “이 목소리는 마치 모세가 호렙산에 올라가서 소명을 받을 때, 하느님께서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라고 당신의 신원을 밝히실 때 건네시는 말씀과도 꼭 닮아 있다”며 “어떤 인간의 언어와 상상력으로도 설명해낼 수 없는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도덕경’이라고 해서 한자들이 난무하고 읽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편지글 형식으로 엮은 만큼, 각 장마다 안부 인사나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구절들이 잇달아 나오기에 오히려 물 흐르듯 쉽게 읽힌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추천의 글을 통해 “노자의 「도덕경」 속에는 노자라는 걸출한 현자가 바라다 본 그만의 사람 사는 세상의 삶의 방식, 생활 철학이 들어있다”면서 “이 책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활력소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