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19가 ‘생명농업’까지 위협한다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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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급식 중단 미사 중단에 직거래도 막혀

가톨릭 농민들에 큰 타격
교회 구성원 관심·애정 절실

생명 창조질서 보존에 노력하는 농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시름하고 있다. 특히 무농약, 유기농 등 흙을 살리고 생태계 보전에 일조하는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 농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가톨릭 농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가장 큰 요인은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시설과 보육시설 급식 중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이 6월 8일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식·학교급식 분야의 농식품 소비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등교수업 연기로 3개월간 총 6325억 원에 이르는 식재료가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가 중요한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납품되지 않는 식재료(총 14만856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채소류(2만5864톤)와 곡류(2만2869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생명농업을 추구하고 있는 가톨릭 농민들이 납품하는 식재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도 학교급식 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농민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3~6월)에 비해 매출이 42% 감소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생명농산물의 주 소비층인 학교와 보육시설 등의 개학 연기와 관내 친환경 학교급식, 서울 송파구 공공급식 중단 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게다가 2월부터 제주를 제외한 모든 교구의 미사 중단으로 직거래 나눔을 통한 대면판매가 중단되면서 1차 농산물을 비롯해 계란·두부와 같은 신선제품의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본당 내 나눔터 절반가량이 운영되지 않는 점도 직거래를 통한 생명농산물 판매가 주요 수익인 가톨릭 농민들을 한층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정한길(베네딕토) 가톨릭농민회장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이 공급되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고, 썩히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라며 “농민들이 힘들면 지역 공소와 교구연합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연쇄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정현찬(미카엘)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도 “생명농업에 힘쓰는 우리 농민들이 도시 생활공동체와 함께 농산물을 나눠 오던 활동이 중단돼 어려움이 많다”며 “유기농을 비롯한 생명농업이 큰 타격을 입은 현 상황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이들을 안아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이라는 것은 농민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교회 구성원을 비롯한 모두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 현실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안영배 신부는 생태환경의 위기, 농업의 가치, 시대 변화에 대해 과연 교회가 제대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신부는 “코로나19로 대변되는 생태환경의 변화와 먹거리의 위협 속에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의 보장,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과제에 있어 농업은 핵심 요소”라며 “이를 실천하는 우리농 운동이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확산되도록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