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우리 집 ‘백’은 예수님! / 김애리

김애리(엘리사벳·제2대리구 분당야탑동본당),
입력일 2020-06-30 수정일 2020-07-01 발행일 2020-07-05 제 320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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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삶의 질을 바꾸었다. 특별히 상황이 변한 것은 없으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마음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기쁨과 감사가 주변과 자신을 바꾸어 놓았다.

우선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 5절에 있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우리 집 새 가훈으로 정하고 일상생활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의식한다.

대학에 다니던 아이가 방학이 되면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인턴 스펙을 쌓으려고 면접을 본다고 했다. 한번 실패하고 나서는 초조한 듯 여러 군데에 원서를 냈다고 했다. 뜻한 대로 되지 않았는지 난데없이 “우리 집은 ‘백’ 없어요?”라고 묻는다. 어쩔 수 없는 부모인지라 수첩 뒤적이며 머리로 아는 인맥을 그려본다. 유난히 지연, 학연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세상에서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라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니 수첩을 덮어버렸다. 어쩌면 아이에게는 이 상황이 인생의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을 고쳐먹고는 지향을 두고 기도했다.

쉽게 가는 방법을 먼저 익혀버리면, 돌아가거나 넘어졌다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좁은 문으로 향하는 길에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아이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예수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기를 기도했다. 그분 뜻에 맞는 결과를 따라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했다. 그러다 불쑥 ‘에이, 이번 한 번만 부탁해볼까?’라는 유혹을 잘 참아 넘기며, 확신을 두고 아이에게 전했다.

“음~ 우리 집 백은 말이야… 예수님 한 분 뿐이셔…”

방 청소하다 보니, ‘우리 집 백 = 예수님!’이라는 포스트잇 메모지를 책상에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그 후로도 여전히 재도전하면서 한마디 한다.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얼마 지나 “엄마, 감사기도 해주세요” 한다.

후담이지만, 면접관이 가끔 혹시 집안에 아는 분이 계시느냐는 질문을 한다고 그래서 우리 집 백(뒷배경)은 예수님이 시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아이는 계획대로 그해 방학을 잘 보냈다.

해가 저물면 저녁기도 전에 감사 노트를 쓰고 감사 기도를 올린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나를 안아주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다독여준다. 그러면 꿈나라에서도 감사가 이어지는 것 같다. 하얀 순백의 모습으로 다가와 평화를 주시고 감사의 열매를 맺게 해주시는 분을 만날 수 있다. 그 고마우신 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애리(엘리사벳·제2대리구 분당야탑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