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재난지원금의 기적… ‘사랑의 쌀’ 나눠요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6-23 수정일 2020-06-23 발행일 2020-06-28 제 320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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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우동본당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으로 쌀 300㎏ 자발적 기부

서울 망우동본당 김영자 여성총구역장, 정태영씨, 이경숙 사회사목분과장(왼쪽부터)이 6월 20일 이웃들에게 전해줄 쌀이 보관된 본당 창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쌀’로 바뀌는 연금술이 펼쳐졌다.

서울 망우동본당(주임 용하성 신부)은 6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본당 신자들이 구매한 ‘사랑의 쌀’ 300㎏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눴다.

망우동본당의 ‘사랑의 쌀’ 나눔은 5월 18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본당 신자 박옥순(안나)씨가 “정부에서 지급받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쌀을 사서 어려운 분들에게 기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본당 사회복지분과에 문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씨의 문의를 받은 이경숙(모니카) 사회사목분과장은 5월 24일자 본당 주보에 공고를 내고 ‘사랑의 쌀’ 나눔 확대를 위한 신자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 분과장은 평소 본당에서 운영 중인 노인복지시설 ‘늘푸른대학’이 코로나19로 개강이 미뤄져 어르신들을 대접할 수 없는 상황과 평소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이 많은 본당 특성을 고려했다.

본당 신자들은 교우 정태영(엘리아)씨가 운영하는 쌀가게에서 ‘사랑의 쌀’을 구입했다. 구입한 쌀은 성당의 창고에 차곡차곡 모아졌다.

정태영씨가 배달할 쌀을 옮기고 있다.

김영자 여성총구역장, 이경숙 사회사목분과장이 배달할 쌀을 옮기고 있다.

본당 사회사목분과는 각 여성 구역장들을 통해 필요한 수량을 확인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전해줬다. 정씨는 시중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쌀을 내놓았고, 높은 지대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직접 배달에 나섰다. 평소 반찬을 만들어 본당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던 본당 주임 용하성 신부도 본당 합동 판공성사 보속으로 진행했던 ‘불우이웃돕기 기금 1만 원 기부’를 통해 모은 금액 일부를 ‘사랑의 쌀’에 보태 쓰라며 전달하기도 했다.

정씨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주변에는 더욱 살기 어려워지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본당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해 실천했을 뿐이다”고 겸손해했다.

본당 김영자(캐롤린) 여성총구역장은 “정부의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평소 마음에만 있었던 기부를 실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다”며 “이번 ‘사랑의 쌀’ 나눔을 계기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돼 예전처럼 본당 ‘늘푸른대학’에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불고기도 대접하고 끼니도 챙겨드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고 밝힌 이경숙 사회사목분과장은 “‘사랑의 쌀’을 통해 사람이 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쌀’을 필요한 분들에게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