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24)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10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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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의지하며 빈손으로 살아가는 기쁨
내일이라도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실지도 모르는데
노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통장 안에 잠자고 있는 돈이 있다면
내 것이 아니기에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14년 전 가족 같은 지인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고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큰 금액을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였다. 그리고 3개월 뒤 고스란히 그 금액을 잃게 되었다. 나의 교만한 판단에 대한 자책과 함께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 금액이 몇 백만 원이 되다 보니 상환 날짜가 다가오는 날이면 온몸의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인생에서 젤 힘든 시간이었기에 매일 매일을 이렇게 상상하곤 하였다. ‘아, 제발 그 누군가가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돈을 갚고 신세도 갚을 건데… 부자들은 돈을 통장 안에 넣어두고 살겠지? 그렇게 잠자고 있는 돈을 나에게 빌려준다면 한목숨 살리는 건데….’이런 간절함이 그 누군가에게 통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1년을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그 무렵 형부의 권유로 우리 부부는 꾸르실료에 입회하게 되었고 꾸르실료 교육 중 눈물을 흘리며 깨닫게 되었다. 이 모든 고통의 시간들은 주님께서 교만에 빠진 채 살아가는 우리 부부를 하느님께로 부르시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가진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그저 나에게 잠시 맡겨놓았다 때가 되면 당신께서 다시 거둬 가신다는 것을 마흔 중반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꾸르실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젤 먼저 한 것은, 분양받고 2년 반을 기다려서야 겨우 입주한 넓은 아파트를 처분하는 거였다. 그토록 입주를 고대하면서 마치 신혼살림을 장만하듯이 설레며 구입한 모든 가전제품과 가구들은 사용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시댁과 친정의 창고로 흩어져 보관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의 짧은 시간을 담담히 마무리하고 작은 아파트로 옮겨 이자만 불입하면서 마음 편하게 꾸르실료 봉사를 하면서 지냈다.

이렇듯 나의 계획과 주님의 계획은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깨닫게 되었고 그 후 나의 삶은 바뀌었고 돈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달라졌다. 내일이라도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실지도 모르는데 모을 돈이 있고 노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통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있다면 내 것이 아니기에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로 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려운 곳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시절 내가 겪었던 고통이 떠올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일면식도 없는 여러 곳에 10년을 넘게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동생 수녀님이 찾아내어 알려주곤 한다.

14년 전 그렇게 매일매일을 애타게 상상하며 그 누군가의 잠자고 있는 돈으로 저를 살리는 기적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했듯이, 오늘도 그 누군가가 그 전의 나처럼 애타게 부르짖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조급해지고 차마 내가 사고자 하는 것들은 아예 엄두를 못 내게 된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무조건 나눔 할 곳부터 찾아보는데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참 많다. 특히 일용직이거나 계약직장인들은 거의가 직장을 잃었기에 당장 먹거리부터 걱정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급여를 받으면 먼저 나눔부터 하고 남는 것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떤 달은 한 달 버스비조차 남지 않을 때도 있지만 걱정이 안 된다.

나만의 엠마우스로 걷는 묘미를 느낀 후부터는 택시와 버스 탈 기회도 적다.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가듯 했다. 염색과 커트 비용으로 10만 원이 넘게 들었다는 이야기에 그 돈이면 쌀을 40㎏을 구입해 4인 가족이 한 달은 먹겠다고 웃으며 말했더니 “그래요?”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며칠 전 전화가 와서는 재난지원금 받은 20만 원을 보낼 테니 나눔 할 때 함께 보태라고 한다. “사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며, “또 기회 된다면 금액이 얼마 되진 않겠지만 함께 보탤게요”라고 한다. 그 마음이 너무 이쁘고 고마워 “대견하다”고, 주님께서 자매님의 자비를 꼭 기억하실 거라고 전했다.

오늘도 출근 전 주님께 마음을 다해 경배 드린다. 주님의 소화데레사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청하면서 오늘도 출퇴근 차비는 연두색 나눔의 저금통 안으로 쏙~! 머지않아 잠에서 깨어나 기쁘게 움직이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