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74. 교회의 기원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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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그리스도의 꿰뚫린 심장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758~769항
십자가 수난으로 흘리신 피와 물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의 예형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
하느님 자녀임을 믿도록 이끌어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교회에서 ‘성사’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 피와 물은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이다. 그림은 폴란드 크라쿠프 미술관에 소장 중인 ‘창에 찔리는 예수’.

아프리카의 한 지역에는 남자가 청혼할 때 암소를 청혼의 대가로 신부의 집에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특등 신붓감에게는 세 마리, 괜찮은 신붓감은 두 마리, 그리고 보통의 신붓감이라면 한 마리 정도로 승낙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부자 청년이 살진 암소 아홉 마리로 청혼을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놀랐습니다. 신부는 보잘것없는 처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뒤 마을 사람들은 왜 그 청년이 그 신부에게 암소 아홉 마리를 주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놀라 하던 신부가 차츰 ‘혹시 내가 진짜 암소 아홉 마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10년 뒤에 실제로 암소 아홉 마리에 걸맞은 아내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쳐 준 가치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는 행위를 ‘사랑’이라 말합니다. 사랑을 받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바뀝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당신 자녀임을 믿게 하십니다.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를 당신 자신처럼 사랑하셨습니다.(398, 759 참조)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자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하느님처럼 되려 했습니다. 그렇게 인류에게 죄가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은 새로운 믿음의 자녀들을 모으셨습니다. 이를 ‘교회’라고 합니다.(761 참조) 한 여인의 새로 태어남을 위해 암소 아홉 마리가 필요하였듯, 교회도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기 위해 하느님의 희생이 필요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당신 아드님처럼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이렇게 “교회는 우리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심으로써 태어났습니다.”(766) 그리스도의 “이 전적인 헌신은 특히 성체성사를 세움에서 예비되고 십자가 위에서 실현되었습니다.”(766)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우리에게 마치 암소 아홉 마리와도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암소 아홉 마리의 기원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로 상징됩니다.”(766)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교회에서 ‘성사’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그렇기에 교리서는 “십자가에서 잠드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온 교회의 놀라운 성사가 솟아 나왔다”(766)라고 말합니다. 교리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창에 찔린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이다. 그때부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날 수 있게 된 것이다(요한 3,5)”(1225)라고 말합니다. 교회 구성원 모두는 일곱 개의 성사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보게 되고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믿게 됩니다.

이렇게 “하와가 잠든 아담의 옆구리에서 만들어졌듯이, 교회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꿰뚫린 심장에서 태어났다”(766)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의 옆구리에서 갈비뼈를 빼내어 하와를 만드셨듯이, 두 번째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성사’를 빼내어, 당신 아드님의 새로운 하와인 ‘교회’를 만드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그분의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라 부르고, 그분의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라 부릅니다. 성자께서는 당신 희생으로 탄생시킨 교회와 혼인하여서 한 몸이 되시기 위해 아버지를 떠나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에페 5,31-32 참조)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는 자녀를 낳아야 하는 선교적 소명을 그 본성으로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767 참조) 그런 자녀출산의 고통을 통해 자신을 위해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와 온전히 결합 되고 마지막 때에 그리스도와의 혼인이 완성되어 “영광스러운 교회의 완성”(769)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를 통해 오시는 성령은 교회를 거룩하게 하고 “교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선물로 교회를 가르치시고 이끄시며 당신의 열매로 꾸며 주실 것”(768)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가 완성되면 태초부터 계획된 하느님의 창조도 마침내 완성됩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성령을 통한 성사 안에서 신랑을 향해 “오십시오”(묵시 22,17)라고 외칩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