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59) 홍콩의 종말이 준비됐다 / 지아니 크리벨레르 신부

지아니 크리벨레르 신부 (교황청립 외방전교회),교황청 선교 사제회의 선교신학원 원장으로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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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근(SARS) 대유행이 지나간 뒤,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물러나고 있는 지금 홍콩에 국가보안법 도입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홍콩 시민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 홍콩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을 표현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홍콩에서 탱크를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여전히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고, 우리의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15명의 야당 민주지도자들이 법정에 섰다. 이들에 대한 심리는 6월 15일에 다시 진행된다. 이중 5명에게는 추가 기소가 이어졌고, 이들은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나쁜 소식이 베이징에서 들려왔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결정한 것들을 승인했다. 하지만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이 중앙위원회도 시진핑 주석보다는 힘이 세지 않다. 시 주석은 과거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만이 가졌던 모든 권력을 거머쥐고 있으니, 중앙위원회의 결정은 곧 시 주석의 결정이기도 하다.

홍콩에 도입된 국가보안법은 홍콩과 홍콩의 학생과 시민, 홍콩에서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다. 홍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규제를 담고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홍콩에 ‘높은 자치권’을 보장한 홍콩기본법을 삼켜버릴 수 있다.

7개 조항으로 구성된 홍콩보안법은 반역과 분리 독립, 폭동, 전복, 외세의 간섭과 같은 위법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중국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시위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를 억누를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중국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반체제 인사의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필요할 경우, 중앙정부는 홍콩에 국가 안보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제4항이다. 이 조항은 홍콩의 의회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홍콩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특히 의회의 권한 축소가 우려된다. 오는 9월 예전된 의회 선거에서는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전망인데, 지난해 9월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이 승리를 거뒀다.

이는 지금까지 홍콩을 지배해 온 ‘일국양제’와 ‘높은 자치권’이라는 두 원칙의 종말을 의미한다. 홍콩의 자치권은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불과 몇 주 안에 홍콩에서는 6월 4일 톈안먼 추모집회(이미 홍콩 당국은 이를 불허했다)와 6월 9일 주민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매년 열리는 7월 1일 대행진 등이 예정돼 있다. 이들 집회가 가능할까? 아니면 어떻게 될까?

2003년 여름, 많은 이들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하려던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SARS 대유행 직후 일어났다. 당시 중국이 임명했던 둥젠화 홍콩 행정장관은 7월 1일 일어났던 시위 한 번에 바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장관들이 사퇴했고, 둥젠화도 정치 일선에 물러났다. 이 선택으로 둥젠화는 자신의 위엄을 지켰으며, 홍콩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캐리 람이 이끄는 현 홍콩정부는 2003년 7월 1일에 있었던 시위보다 훨씬 엄청난 수많은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또 새로운 질병이 대유행을 하고 있고, 홍콩이 누렸던 자유와 민주주의를 빼앗으려는 법이 도입됐다.

홍콩보안법 도입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서둘러 “홍콩정부는 새 법 시행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은 이 법을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싹한 상황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역사적으로 홍콩에 가장 큰 해악을 입힌 인물로 남을 것이다.

최근 기업가 출신으로 홍콩의 자유당을 창당했던 앨런 리가 선종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는 덜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홍콩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사다.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홍콩의 선익을 위해 노력했다. 2003년 7월 1일 시위 뒤, 그는 중국 정부에 국가보안법 실행을 단념하도록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은 이뤄졌다. 중도우익 성향이었던 그는 이후 홍콩의 온전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여생을 바쳤다.

현재 친정부 성향의 정치인 중에는 앨런 리와 같은 지혜를 가진 이가 드물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정치적 품위와 용기가 없고, 기회주의자들은 가장 큰 힘을 가진 이들의 노예가 되고 있다. ‘철없는 젊은이’와 ‘책임 의식 없는 반정부주의자’들만 홍콩의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모든 시민들에게 중요하고 이들의 바람이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이해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에 반대하는 현 정권의 위협은 결코 공허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머뭇거리겠지만, 우리는 결국 홍콩의 종말이 준비됐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지아니 크리벨레르 신부 (교황청립 외방전교회),교황청 선교 사제회의 선교신학원 원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