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회 가르침으로 살펴본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건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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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모든 차별 없애야”
어떤 종류의 인종차별도 반대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
모두가 동등한 존엄성 누려야

미국 텍사스 엘파소교구 마크 세이츠 주교와 사제들이 6월 1일 파소 기념공원에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씨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인종차별 시위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에 맞서며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회의 입장은 어떨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3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인종차별이나 인종 간 배척, 모든 인간 삶의 신성함을 수호하는 일에 대해 눈 감거나 모른 체할 수 없다”고 양보 없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이라는 죄악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와 다른 모든 이들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자”고 이끌었다.

앞서 5월 31일 미국 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는 성명서를 통해 “플로이드 살해는 하늘에까지 닿는 죄”라고 비판하며 “인종차별로 고통받는 수많은 미국인의 전국적인 시위는 정당화된 좌절과 분노를 반영했다. 미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인종차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군대 동원을 발표한 뒤 다음날인 6월 2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내셔널 기념성당을 방문했다. 이에 미국 워싱턴대교구장 윌턴 크레고리 대주교는 성명서를 내고 “어떠한 교회 시설도 그 자체로 오용되고 조작될 수 있다는 것에 당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종교적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평화의 장소 앞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시민들을 해산시키거나 협박하기 위해 최루가스와 다른 물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이처럼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인간 존엄성에 기초하는 전통적인 교회 가르침에 따르면 더 확실해진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인간에 대해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며 “따라서 모든 사람은 동등한 존엄성을 누린다”(1934항)고 명시한다.

또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할 때에 비로소 모든 사람은 함께 또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45항)고 강조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29항)며 모든 인간의 평등함을 천명한다.

이와 같이 교회 가르침은 인간 존엄성에 기초해 유색인종은 물론, 누구도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요한 사도) 변호사는 “미국의 흑인 차별은 건국 이래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매우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라며 “이러한 인권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성찰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이념갈등으로 서로 간에 극심한 차별이 존재해 왔고, 국제화된 오늘날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로이드 사건 같이 무릎으로 눌러야만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라 편견과 차별에 의한 사회적, 제도적 살인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간존엄성을 중시하는 교회 가르침에 기초해 차별의 역사를 멈추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