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뽀로로와 친구들을 아시나요? / 정현희 수녀

정현희 수녀 (‘꿈사리공동체’ 시설장)
입력일 2020-06-02 수정일 2020-06-02 발행일 2020-06-07 제 319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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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순수 국산 토종 캐릭터로 약 130개국에 수출됐고 수백 종의 캐릭터로 지금까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월드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바로 ‘뽀로로’를.

아시나요? 2003년 EBS에서 처음 방송된 뽀로로 시리즈 1탄의 ‘뽀롱뽀롱 뽀로로’ 52편 가운데 22편을 남북이 함께 만들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흘렀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통일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살레시오 성미유치원에서는 우리 겨레의 평화통일에 대한 꿈을 유아기에 심어주고자 1997년부터 평화통일 캠프를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서거 때부터 어린이들에게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교황님의 메시지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유치원 모든 어린이가 성당에 모여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거룩하게 드리고 있다.

4년 전, ‘평화 기도’에 초대된 대학교 2학년 진옥이는 북한 어린이들의 생활을 이야기해 주면서 자신의 탈북과정을 짧게 나눠 줬다. 진옥이는 마지막 말을 하며 울먹였다. “평양에서 택시를 타고 육로로 서울까지 오는 데 3시간도 안 걸리는데 나는 한국에 오는 데 7년이나 걸렸단다. 중국에서 북송의 두려움 속에 살면서 학교가 너무 가고 싶어서 험한 산을 넘고, 악어가 득실거리는 강을 건너서, 한국에 오는 데 7년이 걸렸어”라고 말하고.

기도가 끝나고 우리는 성당에서 나오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남자 어린이들과는 하이파이브하고, 여자 어린이들하고는 손을 흔들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면서 마무리 인사를 했다. 진옥이는 한 여자 어린이와 깊은 포옹을 한 뒤, 뒤돌아서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진옥이는 소감을 나눠 줬다. 마지막 인사 때 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안아주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등을 도닥여 주면서 “언니, 오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어요. 올 때 정말 무서웠지요. 이제 괜찮아요. 우리가 지켜 줄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켜켜이 쌓여 있던 자신의 상처와 아픔, 두려움이 녹아내리는 듯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가 미움과 증오를 품고 용서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기주의와 무관심 속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특히 뽀로로가 아기 공룡 크롱과 매일 싸우면서도 다시 화해하고 용서하며 가장 우애 깊은 형제이자, 친구가 되듯 남북한이 그랬으면 좋겠다. 이것이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눈물 흘리신 예수님 심장에 아로 새겨진 한반도다.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 성심이여, 우리의 영혼에 어린이와 같은 따사롭고, 보드라운 숨결을 불어넣어 주소서.

정현희 수녀 (‘꿈사리공동체’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