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 고민 덜어주면 낙태 막을 수 있는데… 상담 창구 부족하다 임신 유지 갈등 극복하고 생명 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전문가 의견과 정보 제공하고 임신·출산·육아에 장애되는 사회·경제적 조건 개선 필요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하는,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상담이 반드시 규정돼야 한다.”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태아의 생명보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담긴 대전제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여성이 낙태를 고려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제거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찾고, 임신을 유지할 때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보호 등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는 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정 신부는 “낙태 시술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여성이 감수해야 할 낙태 위험성과 합병증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줘야 한다”며 “상담 후 충분한 숙려 기간도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부들이 낙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택할 수 있도록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정 신부 지적처럼 임신 유지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게 태아 생명보호를 위한 상담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임신 유지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낙태를 생각하게 하는 요소들이 사라진다면, 임부가 낙태를 고려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부가 낙태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히 숙고하고, 동시에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 생명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임신 유지와 출산·양육을 돕는 상담과 충분한 숙려 기간이 낙태를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제언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태아 생명보호를 위한 상담은 고사하고 임신·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얻는 상담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9월 임신 유지 갈등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임신출산 갈등상담’ 서비스(가족상담전화 1644-6621, 내선 번호 0번)가 마련됐지만 이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전까지는 임신·출산·양육 정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