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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에 이르려면, 평화를 가르치십시오 / 강주석 신부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0-04-27 수정일 2020-04-28 발행일 2020-05-03 제 319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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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본당을 다니며 민족화해학교를 진행하다 보면 ‘통일방안’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서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남북 협력의 청사진이 제시되는 순간에도 ‘섣부른 통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성격을 지니는 통일방안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이 ‘도둑처럼’ 찾아올까봐 두려운 것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제시한 것이다. 이는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한 것으로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상황변화를 반영했다. 통일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르면, 결국 남북이 화해,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평화를 정착시킨 후에야,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비로소 실질적인 통일을 논의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고 노래를 부른 지는 오래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통일교육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 실태가 드러나는데,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도 ‘평화통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발간한 ‘2018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74세 이하의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대상자들은 학교에서 받았던 통일교육의 주제로 ‘반공 및 안보’(64.8%), ‘북한에 대한 이해’(10.1%)를 높은 순위로 꼽았다. 또한 사회 통일교육에서도 ‘반공 및 안보’(40.3%)가 가장 강조됐던 것으로 평가했다. 대화나 협력보다는 공포나 적대가 강조된 ‘반통일교육’을 더 열심히 받았던 것이다.

한반도 평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평화에 이르려면, 평화를 가르치십시오.”(1979년 제12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라고 하시면서, 평화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모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새 세대에게 이러한 이상들을 가르칠 의무를 지닙니다.”(2004년 제3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적대적인 분단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제21대 총선에서 주교회의가 제시한 정책 질의에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이 답변을 보내왔는데, ‘학교와 사회에서 평화(통일) 교육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에 대해서는 두 당 모두 “매우 동의”라고 응답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한 변화된 정치권의 새로운 봉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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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