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생명 윤리 일깨우는 ‘몸 신학’ 교육자들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4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을 포함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현대 사회다. 그러나 이러한 시류 속에서도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잠들어 있는 생명 윤리 의식을 깨워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람의 몸과 성·생명·사랑·혼인·가정 등에 대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전하는 ‘몸 신학’ 교육자들이다.

잠들어 있던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 시기,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생명 윤리 의식을 부활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4월 16일 서울 마포 합정동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 4월 18일 경기 화성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본원에서 각각 이뤄졌다.

최 선교사는 2010년부터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의 ‘청년을 위한 몸 신학 피정’을 주관해 왔다. 이탈리아 로마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의 호주 분교에서 몸 신학 강의 과정을 이수했고, 2016년 한국 분교인 대전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교구·수원교구 청년생명피정 등에서 몸 신학 강의를 진행해 왔다.

■ ICPE 선교회 한국지부장 최봉근 선교사

“몸 신학은 하느님 뜻에 따라 살게 해주는 신앙 길잡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영적 유산

인간의 몸과 성에 대해 바르게 배우면

삶의 정체성과 목적의식·기준 찾을 수 있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훌륭한 신앙 길잡이.’

11년째 ‘청년을 위한 몸 신학 피정’을 진행 중인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장 최봉근(티토) 선교사는 이러한 말로 몸 신학을 표현했다. 몸 신학은 신앙의 본질로, 무신론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을 제시해 준다는 뜻이다.

최 선교사는 “몸 신학을 통해 사람들은 하느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몸 신학을 통해 인간의 몸과 성이 무엇인지, 인격적이고 정결한 삶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줬고, 덕분에 몸 신학을 배우면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느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일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최 선교사는 설명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에서 하느님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개개인은 자신이 정한 원칙대로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최 선교사는 “몸 신학을 배워야 한다”면서 “몸 신학을 배우면 하느님이 왜 나를 만드셨는지(정체성), 내가 왜 살아가는지(목적의식),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기준) 알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최 선교사는 “교회에서 몸 신학을 바탕으로 한 ‘생명 교육’과 ‘새로운 복음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들이 자신의 몸과 성의 의미를 깨닫고 하느님 백성임을 자신의 존재 자체로 드러낼 수 있도록 교회에서 몸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최 선교사는 “아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안다”며 신자들이 하느님을 더 잘 알고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자신도 몸 신학을 더 쉽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로마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 출신으로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Ⅱ-요한 바오로 2세의 ‘몸 신학’」, 「쾌락의 수수께끼. 음식, 욕구 그리고 성」 등을 번역했다. 몸 신학을 토대로 동정·독신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을 펴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전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에서 ‘가정 사목 신학’ 등을 가르쳤다. 현재는 진정한 성의 의미를 알리는 ‘성교육하는 수녀’를 꿈꾸며, 수녀원에서 ‘젊은이 몸 신학 피정’을 진행하고, 여러 본당에서 몸 신학 관련 강의 등을 하고 있다.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이윤이 수녀

“쾌락·개인권 우선시하는 사회… 사랑과 성의 참의미 알아야”

성·생명·사랑·혼인·가정은 삶의 중요 주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려면 진리 배워야

사목자들의 관심과 연구·투자 필요

“교회는 ‘성·생명·사랑·혼인·가정’에 대해 신자들과 사목적 동반을 해야 합니다.”

몸 신학 관련 책 저자이자 역자, 교육자인 이윤이 수녀(에스텔·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는 이렇게 말했다. 성·생명·사랑·혼인·가정이라는 주제는 인간 삶에 본질적인 주제들이고, 이를 그리스도적으로 숙고한 가르침이 ‘몸 신학’이라면서다.

실제 이 수녀는 이 다섯 가지 주제가 인간 삶에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지만, 신자들은 이 주제들에 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쾌락이나 개인권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사랑이나 성의 의미를 모른 채 아닌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삶과 신앙이 분리돼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수녀는 “성의 본질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에서 몸 신학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몸 신학은 본질적인 주제들에 있어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영적 유산으로, 신자들은 몸 신학을 통해 그리스도 ‘제자 됨’을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 수녀는 “사목자들의 준비와 관심·연구·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일학교에서나 강론 등에서 신자들이 성·생명·사랑·혼인·가정에 대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사목자들이 몸 신학을 알고 전해야 하고, 신자들도 사목자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수녀는 “신자들이 떠날까봐 아니어도 아니라고 말 못하는 사목자도 일부 있지만, 교회에는 숫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 몸 신학이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79년 9월 5일부터 1984년 11월 28일까지 수요일 일반 알현 때 연설한 내용의 모음이다. 당시 교황은 129회에 걸쳐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 사랑’에 대해 교리 교육을 했고, 이를 몸 신학(Theology of the Body)이라고 이름 붙였다.

몸 신학은 크게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사’ 부분으로 나뉜다. 교황은 성경 말씀을 토대로 인간의 근원에서부터 마음의 정화, 몸의 부활에 대해 해석했고, 혼인과 인간 생명ㆍ부부 등에 대해 설명했다. 즉 몸 신학은 인간의 몸과 성에 담긴 하느님 진리에 대한 교황의 통찰이다.

몸 신학 우리말 번역본으로는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Ⅰ·Ⅱ-요한 바오로 2세의 ‘몸 신학’」, 「요한 바오로 2세의 몸의 신학」이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