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영상 제작 직접 배워 본당 미사 중계한 박창희(베드로)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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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영적 갈증 해소에 도움되고파”

본당 방송 미사를 중계한 박창희씨는 “사목위원회 총무로서 본당 신자들을 위하는 것이면 언제든 앞장 서겠다”고 말한다.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된 사순 시기와 부활을 보내지만, 어느 때보다 고통 속에 감춰진 기쁨을 누리는 것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 같습니다.”

본당 신자들을 위해 동영상을 배워 방송 미사를 중계,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해소한 분당 구미동본당(주임 윤종대 신부) 사목위원회 총무 박창희(베드로·47)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참례하는 미사가 중단된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씨는 사실 지금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9년 결혼을 앞두고 세례를 받았어도 바쁘다는 이유로 15년간 냉담했던 신자였다. 이런 박씨가 지금처럼 바뀐 건 아내의 기도와 가족의 인도로 냉담을 풀게 되면서부터였다.

오랜 냉담을 푼 박씨의 신앙에 대한 열망은 거침없었다. 특히 2016년 시작한 레지오 마리애 활동은 그의 영성 생활에 기폭제가 됐다. 그는 매주 회합과 신앙서적을 읽는 아버지뻘 단원들의 모습에 스스로 영성을 찾을 뿐 아니라 6개월 만에 단장을 맡으며 더욱 열성적인 신자가 됐다. 박씨는 현재 레지오 활동 외에도 본당 사목위원회 총무직 외에도 꼬미시움까지 참여할 정도로 열성인 신자가 됐다.

특히 3월 22일부터 시작된 본당 주임 윤종대 신부의 미사 방송 중계를 준비한 것도 레지오에서 키운 열정이 뒷받침됐다. “주임 신부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의견에 시작한 영상 제작은 영상의 ‘영’자로 모르던 그가 열정으로 임한 도전이자 봉사였다. 틈날 때마다 영상 제작에 대해 공부해 제작한 결과물을 처음 올릴 땐 새벽 3시까지 씨름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랬던가, 미사 영상은 1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본당 신자들이 사랑하는 콘텐츠가 됐다.

“주임 신부님께서 본당 성모상 앞에서 신부님 강론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틀고 기도하던 신자분의 모습을 얘기하며 동영상을 제작하자더군요. 일초의 고민도 않고 ‘본당을 위해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 할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씨의 열정은 계속됐다. 그는 윤 신부 주도하에 사목위원회 구성원들과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나눠줄 편지와 손세정제, 성지가지 1700개를 정성스레 포장해 부활 선물로 준비했다. 이렇게 제작한 선물을 집으로 전달하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였다. 그는 “본당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당 신부님들이 우릴 기억해주고 계신다는 것에 많은 신자 분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시더라”며 “우리 모두 함께 있음을 아는 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시기에 맞는 선물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본당 카페지기로써 올리는 공지가 구성원 모두에게 퍼지는 모습을 보며 “(본당 구성원)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모두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본당을 찾을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힘들 때마다 일상 속 기도에 소홀했던 냉담시기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항상 순명하신 성모님의 모습을 실천하는 군사로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