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민 삶 짓누르는 ‘불평등 경제’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
입력일 2020-04-21 수정일 2020-04-21 발행일 2020-04-26 제 319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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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더 큰 경제적 고통… 연대로 극복할 방안 찾자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서민들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빈부격차도 더 심해지는 상황
교회, 이윤 추구 인정하면서도 공동선 위해 재화 쓰일 것 강조

1㎞를 걷는 동안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임대’를 써 붙여놓은 상가가 10곳이나 됐다.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인기명소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이제는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빈 상가가 속출하고 예전의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4월 19일은 주일이었지만, 문을 연 상가들이 많지 않았다. 문을 연 곳들도 매우 한산했다. 업주 A씨는 “코로나19 사태로 10분의 1 수준으로 손님이 준 것 같다”며 “내리지 않는 임대료 때문에 매우 힘들다”고 밝혔다.

대구 대봉동 ‘김광석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수 고(故) 김광석의 고향에 조성된 거리로,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4월 16일 만난 김광석길 상가번영회 도길영(스테파노·대구 수성본당) 회장은 “이 길이 조성되는 동안 땅값과 집세가 올라가면서 건물주들은 보증금, 임대료 등을 천정부지로 올린다”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손님이 없고 상가를 내놓는 집들이 속출하는데도 임대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33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홍순용(이냐시오·서울 남대문시장 준본당)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토로하며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씨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그저 정부나 기업 역할에 기대기보다, 교회를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임대료 면제나 대출 등의 일시조치가) 물론 도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씨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일시적 도움보다는 신자 여부와 상관없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더 절망적인 IMF도 견뎌냈는데, 어차피 다 함께 어려운 거라면 다 함께 이겨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난할수록 더 큰 고통을 겪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두고만 봐서도 안 된다. ‘불평등 경제’는 하느님 백성의 삶의 문제이며, 교회 가르침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간추린 사회교리」를 살펴보면, 326항에서 “경제 활동은 하느님께서 각 인간에게 주시는 소명에 감사하며 응답하는 것이라 여기고 그렇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교회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다. 329항에서는 “부는 타인과 사회에 유익하게 쓰일 때 인간에게 봉사하는 기능을 이행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교구 박동호 신부(이문동본당 주임)는 “가톨릭교회는 지상의 모든 재화가 보편적 목적을 갖는다고 가르친다”며 “비록 내가 소유한 것이라 사회가 인정하더라도, 사용할 때에는 마치 모두의 것인 양 모두의 선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그 실현 양상인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은 ‘상호의존성’을 파괴함으로써, 하느님께서 보시고 ‘참 좋았다’ 하신 ‘질서의 고요함’을 파괴하고 있다”며, 「간추린 사회교리」의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208항)는 가르침을 인용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n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