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16) 주님의 계획에 손잡고 총총총 따라가렵니다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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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모든 것을 이루시는 하느님
의탁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염려와 매일의 기도 봉헌 속에 
우리 가족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또 이렇게 주님께서 손잡고 계시는구나’ 눈물로 깨달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들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음을 절감하면서 침묵과 희생이 필요한 시간임을 받아들인다. 작년 겨울, 딸아이가 가죽 공부를 하고 싶다며 나름 큰 포부를 가지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3개월 후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 중심에서 딸아이는 한국으로 돌아오기보다 잠잠해질 때까지 이탈리아에 있다가 공부를 마치고 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 또한 사태가 이리 심각해지리라 상상도 못하였기에 기도하면서 봉헌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스크 한 장 구하기 어렵고 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져 집 밖으로는 전혀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딸아이는 자신과 싸움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는 이 한 명도 없는 먼 나라에서 목표한 공부도 못하고 이방인이 되어 방 안에서만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딸아이의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 있었고 인생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탈리아에 온 만큼 빨리 공부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계획일 뿐, 상황은 더 악화되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을 하였다.

마음과는 달리 돌아오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학비와 숙소 대여 비용 등의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예약한 항공편의 연이은 취소로 인해 몇 번을 절망하고 간을 졸이면서 딸아이는 기도하였다. 아마도 딸아이 인생에서 제일 절박한 시간이었으리라.

그러나 엄마인 나는 내 힘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이미 뇌출혈로 쓰러졌던 남편을 통해 깨달았기에 딸아이를 주님께 오롯이 의탁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주님! 주님께서 이항아 마리아에게 세우신 계획에 마리아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제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나이다.”

그렇게 의탁의 시간 속에서 꾸르실료 대표 지도 신부님과 직원들의 매일 미사 봉헌, 십자가의 길 기도…. 정말 많은 분의 염려와 매일의 기도 봉헌 속에서 우리 가족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또 이렇게 주님께서 손잡고 계시는구나’를 눈물로 깨달았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면서 나는 엄마로서 언제 딸아이를 위해 오롯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했던가….’ 눈물로 회개하면서 진달래가 만개한 산을 눈물을 훔치며 내려왔다.

그렇게 애가 타는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딸아이는 3월 24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많은 분의 기도 덕분에 음성 판정을 받고 부산의 집으로 돌아와 혼자서 3주간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사지의 중심에서 돌아왔기에 조심스러워 1주를 더 자가 격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듯하다는 딸아이의 다짐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마리아의 마음에 이렇게 배려라는 사랑을 심어주셨네요.”하고 울컥하면서 “힘들겠지만 그리하자”고 하였다.

덕분에 나는 친정에서 퇴근 후 엄마랑 시간을 보내고 있고 딸아이와는 얼굴도 못 본 상황이다. 병원에서 재활 중인 남편과도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꾸르실료를 수료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이 시간이 힘들고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감사한 축복의 시간임을 알기에 매일 기도 중에 만난다. 며칠 전에는 꾸르실료 사무국의 주간단 회의가 있어 신부님께서 4명의 임원을 위하여 미사 집전을 해주셨다. 넓은 성전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2m씩 떨어져 앉아 마스크를 쓰고…. 경남 양산 정하상 바오로 영성관에서 하는 미사 참례는 매 순간이 감동이기에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항아 마리아를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와 기도해주신 모든 은인, 힘들게 사투 중인 의료진과 환자들. 이 모든 분께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간청하며 은혜로운 미사를 봉헌하였다.

주님께서는 매 순간을 이렇게 손잡고 계신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큰사랑을 베풀어 주시는지…. 주님, 소화데레사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