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마리누스 수사를 위한 기도 / 전경애(젬마) 소설가

전경애(젬마) 소설가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봄이 왔다. 밖에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철쭉, 라일락 등이 피어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고 향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염병 관계로 발이 묶여서 사람들은 물리적 공간이 마비된 세상으로부터 디지털 세상으로 피난살이를 하고 있다. 세계가 마치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아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이 된 느낌이다.

지금 온 세계 의사와 간호사들은 인류구원을 위해 코로나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역시 의사와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 실로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아 난파선과 같은 이 난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 어서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는 영자신문(코리아헤럴드)의 기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수집한 영문자료 등을 기반으로 다큐 소설 ‘장진호’(1999)와 ‘흥남의 마지막 배’(2004)를 발표했었다.

이 소설들을 통하여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위험했던 흥남부두에서 피난민 1만4000명을 무사히 구조한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최초로 소개했었다. 이 배의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이 끝나자 마리누스라는 이름의 가톨릭 수사가 되었다. 마리누스 수사는 평생을 미국 뉴욕주 뉴턴 수도원에서 한국의 평화와 통일을 기도하다 2001년에 92세로 돌아가셨다.

수사님이 돌아가시자 크리스마스트리를 키워서 내다 팔던 이 수도원이 그만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뉴욕과 미국 동부의 한국 교민들이 “라루 선장님께서 한국전쟁 중 위기에 처한 한국인을 살려 내셨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침몰하고 있는 이 수도원을 구해내어 은혜를 갚자”라며 달려갔고, 후에 왜관 수도원이 인수하여 뉴턴 수도원을 부활시켰다고 뉴욕타임즈가 전했다.

폐쇄되었던 수도원에는 주일 미사가 다시 시작되었고, 식당에는 맛있는 김치가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라루 선장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미국 가톨릭계에서는 라루 선장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운동이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전쟁 중 기적적인 항해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마리누스 수사를 위한 영문기도문을 번역해서 소개해 본다.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믿는다.

바다의 창조주시며 난민의 수호자, 모든 어려운 이를 위한 하느님 아버지,/ 당신은 레오나드 라루 선장을 한국 난민들로 하여금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깨닫게 불러주셨고,/ 마리누스 수사를 성 베네딕트를 닮아 전통인 기도와 헌신의 삶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의 삶이 우리에게 영감이 되도록 해주시고,/ 우리를 당신 사랑 속에 무한한 신뢰로 이끌어 주시어,/ 우리가 그처럼 바다의 난민들을 돌보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전쟁 난민들을 환영하고,/ 모든 믿는 자들이 그들의 기도와 봉사활동을 더욱 깊이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우리는 당신의 종 레오나드 라루 선장/ 마리누스 수사를/ 당신의 거룩한 뜻에 따라 영광스럽게 하여주시기를/ 겸허하게 청하나이다.//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해서. 아멘.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경애(젬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