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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완벽한 부모 / 윤가영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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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5살 차이 남매인데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정말 온종일 싸웁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화나고 속상할 때가 아이들끼리 서로 소리 지르고 싸울 때입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아이들인데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엄마에게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째는 엄마 아빠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생에게 사랑과 관심을 빼앗긴 것 같아 동생이 미울 겁니다.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엄마 아빠를 첫째와 공유해야 했기에, 한 번도 엄마 아빠 사랑을 독차지 해 본 적이 없어 거기에 대한 질투와 집착이 심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아이들이 매일매일 치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경쟁상대인 셈이지요.

언젠가 자녀 양육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다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장 성공하는 것은 아이들이 서로가 “엄마 아빠는 날 더 사랑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게 정말 너무너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두 아이를 똑같이 그리고 골고루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랑을 주고 있다고 믿었는데 아이들이 느끼는 건 그게 아닌가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게 하느님은 정말 완벽한 부모이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절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그 확신이 어디서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믿습니다.

제가 그런 확신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런 확신을 하게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 그것이 하느님께서 제게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주신 사랑을 다른 이에게 전해주는 것.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겠습니다. 직장동료일 수도 있고 원수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족이 아닌 남을 내 가족처럼 사랑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니 결국 가족인 셈이네요.

아,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일이 너무 커집니다. 아직 미천한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입니다. 그냥 저는 일단 제 아이들이 서로 내가 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롤 모델로 삼아서요.

물론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에 발끝조차 미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봐야겠죠?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