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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무조건 내 편! / 윤가영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0-04-07 수정일 2020-04-07 발행일 2020-04-12 제 319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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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18년은 제게 정말 잔인한 한해였습니다. 2018년 친정아버지께서 폐암으로 근 1년간 고통스럽게 투병하시다 돌아가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12년간 근무하던 보직에서 갑자기 인사 이동되어 전혀 새로운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제겐 너무나 갑작스럽고 큰 변화였기에 왜 한꺼번에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건지 내가 지금 벌 받는 건지 내가 그렇게 인생을 잘못 살았나 싶고 내가 이 모든 걸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너무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습니다. 고질병이었던 불면증에 위장장애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마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 나는 죽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의욕도 없었고 어떤 것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자신감도 없고 수시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정말 숨이 막혔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감당이 안 돼 상담 치료도 받아보고 잘 안 하던 기도도 닥치는 대로 하고 어떻게든 우울함을 떨쳐보려고 제 딴에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제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을 저질렀든 변함없이 제 옆을 지켜주고 저를 사랑해주는 무조건적인 ‘내 편’이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제겐 그런 존재였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 상실감과 절망감이 더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언젠가, 미사 중 들었던 어느 신부님 강론말씀에 커다란 위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유일무이하게 가장 무조건 적인 내 편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내가 어떤 죄를 짓고 어떤 시련을 겪어도 용서하시고 이해하시고 함께 가슴 아파해 주시는 그런 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그런 말씀이셨는데, 그 말씀이 가슴에 콱 박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조금씩 천천히 회복해갔습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나’ 싶었던 새로운 일들도 점차 적응해가며 새로운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고, 제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 정말 죽으란 법은 없구나…’란 말이 무슨 말인지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하느님께선 그냥 제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너무나 잘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면증과 싸우고 있고 여전히 제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이 벅차고 여전히 힘든 일은 생깁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든 가장 적절하게 저를 도와주시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신다는 확신이 저를 조금씩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 편이시니 아마 앞으로도 전 계속 괜찮을 것 같습니다!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