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어떤 이들의 영향력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3-31 수정일 2020-03-31 발행일 2020-04-05 제 318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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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 멈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주빈(25)이 취재진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한 말이다. 어떤 생각으로 저리 당당하게 내뱉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대로 더 이상 같은 행동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많은 결과물들은 아직도 은밀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

반면 비슷한 또래의 김우원(가톨릭대 심리학과 2학년)씨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모금을 진행하고 기부했다. 김씨는 기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리들의 모금활동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일까. 물론 조주빈도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으면, 경찰 감사장도 받고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한 모범 청년인 양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은 자신의 이중적인 생활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 삶이 행복했을까.

중세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은 선의 결핍’이라고 말했다. 즉 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행하는 것이 우리 본성에 맞갖는 삶이라는 것이다. 이는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도덕적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양심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참 행복과 자유를 만끽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 완전한 선이신 하느님을 닮아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반대의 삶도 마찬가지다.

조주빈과 김우원씨 모두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 본능에 따라 교활한 술수로 죽음의 문화를 퍼뜨린 조주빈과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고 행동한 김씨.

나에게 자문해 본다. 지금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