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아기집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출산 순간까지 산모들과 함께하며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매일 느낍니다.
어떤 환자는
아기가 아픈 아기일지라도
어떻게든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이곳엔 다 적을 수 없는
여러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는,
도저히,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
낙태 시술이 산부인과 의사라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저는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분만 현장을 누비며 즐겁고 보람되게 일했기에
미련 없이 물러날 수 있겠지만,
생명의 신비에 감동해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싶은 후배들은
낙태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이며
독실한 신자는 종교적 양심으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택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낙태로 진료 현장을 반강제적으로 떠나는 의사가 없게 해주시길 청합니다.”
-지난해 4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산부인과 의사의 글 일부
■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는 의료진 기본권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에 따른 의료진 기본권이다. 누구나 헌법에 따라 개성을 살려 직업을 택하고 사회·경제 활동을 하는데, 의료진은 이를 의료라는 방법으로 생명을 살리겠다고 약속하고 그 자유를 누릴 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의료진의 낙태 참여는 이러한 의료진의 기본권을 빼앗는다. 수정 순간부터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약속과 환자 건강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다짐,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치겠다는 선서를 뒤로하고, 가장 약한 생명을 침해, 환자의 건강을 해치고, 자신의 직업 능력을 바탕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튿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의사가 낙태로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게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 특별위원회에서도 그해 11월 30일 한국모자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최안나 난임센터장을 통해 “의사가 낙태 관련 의료 행위나 시술 기관으로의 안내 등 관련 절차 참여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