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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사도직의 선봉 ‘가톨릭신문’] 원주교구 곤의골공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3-24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29 제 318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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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단된 요즈음 가톨릭신문 감사함 더 크게 느껴”
전국 600여 군데 공소 4000여 부 신문 후원

지난 93년 동안 가톨릭신문은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데 흔들림 없이 매진해왔다. 이는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가톨릭신문 독자들이 복음을 접하기 힘든 소외된 지역에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본사의 후원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독자들이 후원한 가톨릭신문은 교도소와 군부대, 병원, 벽지공소, 해외선교지 등 말씀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전해져 복음의 씨앗을 움트게 하고 있다.

곤의골공소 신자가 3월 19일 공소회장이 가져다 놓은 3월 15일자 가톨릭신문을 확인하고 있다.

■ 원주교구 곤의골공소

“이 산골짜기에 가톨릭신문 아니면 교회소식 접할 길이 없죠.”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9번지에 위치한 원주 영산본당(주임 조원행 신부) 관할 곤의골공소(회장 조영춘) 신자들의 말이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중앙 고속도로를 거쳐 고산리로 진입해 마을 막다른 곳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낸 곤의골공소. 코로나19 여파로 이 산골짜기 공소에도 미사가 중단됐지만, 공소 신자들은 기도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였다. 매주 집으로 배달되는 가톨릭신문을 공소에 가져다 놓고 있는 조영춘(마티아·77) 회장은 “이 마을은 교우촌이기 때문에 기도가 삶이다”라면서도, “대부분 나이가 많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취약하다 보니 가톨릭신문이 거의 유일한 교회와의 소통매체”라며 함께 신문을 훑어보고 공소 예절을 이끌었다.

곤의골공소는 한국교회와 역사를 함께한다. 기해박해(1839년)와 병오박해(1846년) 때 교우 세 가족이 박해를 피해 산골을 헤매다 이곳에 정착해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고산리는 골짜기가 여러 곳으로 갈라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천주교 박해인 병인박해(1866~1871년)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덕분에 많은 교우들이 모여 교우촌을 형성했고, 1969년에는 신자 수가 187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산림 및 토양 보존의 필요성으로 ‘화전 정리법’이 시행돼 1974년 고산리에 거주하던 화전민들이 대거 다른 지방으로 떠나면서 신자 수가 크게 줄었다. 현재는 7가구가 남아 있으며 모두 모여야 10명 남짓이다.

공소 신자들이 3월 19일 공소 예절로 미사를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강원도 원주 산골 곤의골공소에도 미사가 중단됐다.

공소 미사는 매달 첫째 주 영산본당 주임 조원행 신부가 와서 집전하고, 둘째 주와 넷째 주는 공소 신자들이 영산본당 미사에 참례한다. 셋째 주는 공소 신자들끼리 따로 공소 예절을 드린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공소 예절과 묵주기도로 대체하고 있다. 박금숙(막달레나·69)씨는 “미사 참례를 못하고 신부님 말씀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가톨릭신문에 감사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곤의골공소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혼배성사도 거행했다는 지영환(프란치스코·87)씨는 “옛날에는 신부님과 열심한 동정녀들을 통해서만 교리 지식을 배울 수 있었는데, 가톨릭신문이 오면서 매주 교회소식도 접하고 교리도 배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공감했다. 조 회장도 “가톨릭신문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우리 집으로 가톨릭신문이 오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문을 읽을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특권도 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년을 훌쩍 넘긴 곤의골공소 신자로서 오랜 역사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창간 93주년을 맞은 가톨릭신문의 교회 내 위치와 역할도 남다르리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기쁜 소식들 전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가톨릭신문은 독자들의 후원으로 곤의골공소와 같이 쉽게 발길이 닿기 어려운 600여 군데 공소에 4000부가 넘는 신문을 발송하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