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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0) 제8장 성소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봉사자들의 생각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18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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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는 제8장에서 ‘성소’를 주제로 젊은이들을 부르심의 길로 초대한다. 권고는 성소를 주님과 나누는 우정에 기초해 다른 이들을 향한 봉사와 희생의 측면에서 강조한다. 특히 다른 이들을 위해 동반하고 봉사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연관해 ‘가정’과 ‘노동’을 오늘날 젊은이들이 열망하고 고민하는 두 가지 큰 주제로 제시한다. 오늘날 교회 내 젊은이들은 가정과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축성생활로 부르심을 받은 수도자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초대의 말을 건넬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담당 이원석 신부)에서 봉사하고 있는 청년들은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교재로 자발적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 사도직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현 수사(예수회)도 모임에 참석해 성소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권고 메시지에 대한 이들의 진솔한 생각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들어 본다.

Q. 권고의 ‘性과 혼인’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권고는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특별한 가치를 언급한다. 나눔의 가장 아름답고 기쁜 경험은 가정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자녀 출산 역시 자연스러운 사랑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반면, 혼인이나 봉헌생활에 부르심을 받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도 개인의 성장 여정을 통해 성소의 특별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밝힌다.(259~267항) 권고가 말하는 성(性)과 혼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性은 주님 선물’ 우리 안에 깊이 인식됐으면”

권고는 “성은 하느님의 선물, 곧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261항)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 활동을 하며 느끼기에 교회 안에서 성에 관한 대화는 경직돼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교회의 본래 가르침이 왜곡돼 오히려 성의 억압된 측면을 다루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성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이 우리 가슴 깊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

아울러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행복 역시 서로 간의 충분한 노력과 하느님 은총에 기댈 때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한다.

김예슬(아기 아가타·31)

A. “혼인이든 독신이든… 하느님 뜻에 맡겨요”

성소 여정에 있어 혼인과 독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누구보다 나의 행복을 바라고 계신 하느님의 이끄심을 따르려 한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매순간 기도하다 보면 내게 맞는 행복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 생각한다.

김세경(펠리치타스·26)

A. “세상과 타인에게 위로와 지지 되길 바라”

혼인은 분명 축복의 여정이다. 하지만 ‘비혼’을 반(反)교회적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가부장 중심적 문화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사회·문화적 관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로 비혼을 선택한다.

“우리의 지상 삶은 하나의 봉헌이 될 때 충만해 진다”(254항)와 “삶 속에서 ‘다른 이들을 위하여 있어 주는 것’”(258항)이라는 내용이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신학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부하며 얻은 약간의 지식이 어떤 식으로든 세상과 타인에게 위로와 지지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다른 이들을 위한 나의 봉헌이다.

정승아(테레지아·36)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교재로 자발적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봉사 청년들과 수도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양서희 간사 제공

Q. 노동 안에서 어떤 가치 추구하나

권고에서 ‘노동’은 자기 정체성과 자기의식을 확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관계를 쌓아가는 으뜸자리라고 말한다. 또한 노동을 통해 꿈과 전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성취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와 결부된 청년 실업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한다.(268~271항) 현재 노동을 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은 어떠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가.

A. “일하면서 ‘가진 것 나누는 사람’으로 변화”

한 직장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 입사 당시 나에게 일은 적성과 전공을 살린 직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급을 할 때마다 받는 교육과 꾸준한 개인 신앙 활동을 통해 현재 나에게 일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게끔 한다.

그리고 “노동은 우정과 다른 관계들을 쌓아 가는 으뜸자리”(268항)라는 말씀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서 ‘인간적인 나’도 성장하는 것을 발견한다. 물론 관계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하느님께 의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정나(크리스티나·29)

A. “힘겨운 노동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삶’ 추구”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많은 청년들은 자아실현과 경제적 활동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둘 다 만족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단한 노동을 통해 생활을 이어간다. 나에게도 노동은 힘겨운 일이지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 보고자 한다.

한편 “취업 시장의 가혹한 현실은 자신의 열망과 능력과 선택을 뛰어넘기도 한다”(272항)는 말처럼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는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고, 약자의 위치에서 받는 불합리한 처우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박영민(베드로·36)

Q. 수도자로서 성소 여정을 소개한다면?

권고는 ‘특별한 축성의 성소’를 언급하며, 모든 젊은이들에게 이 길을 따를 의향이 있는지 자문해 보라고 권유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274항) 수도자의 입장에서 함께 성소 여정을 걷자고 초대의 말을 건넨다면.

A. “하느님 사랑 안에 초대합니다”

수도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지만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셨고, 지금도 이끌어 주시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에 기초하면 하느님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 사랑의 힘으로 기도하고 이웃을 만나며 공동체 형제들과 친교를 나누면서 살아간다. 이렇듯 내 삶을 온전히 예수님께 봉헌함으로써 스스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하느님께서는 때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길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 사랑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며 용기를 가지고 그 분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김정현 수사

Q. 모임에서 주님과 우정 어떻게 맺어가나

이 모든 성소의 길은 결국 주님과 나누는 우정의 부르심이라고 말한다.(248항) 모임 안에서 주님과의 우정을 어떻게 맺어가고 있는가.

A. “그리스도의 뜻 우리 삶에서 적용 고민”

영적 독서모임 형태로 모임을 시작했다. 단지 권고를 읽고 좋은 감정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권고에서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신학적 지식과 함께 묵상과 관상기도, 서로를 위한 축복의 기도 등으로 성령의 지혜도 함께 청하고 있다.

이 모임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그리스도는 저 멀리 하늘에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현존하심을 느끼도록 이끌고 있다. 나아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주님께 응답하는 길이 될 수 있다”(248항)는 말씀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드러내길 희망한다.

양서희(가타리나·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연구 간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