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19 사태’ 각계각층서 나눔 실천하는 한국교회

공동취재팀
입력일 2020-03-10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15 제 318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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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함께 울며 눈물 닦아주다
각 교구·단체마다 구호금 전달
수도회·신자 개인도 나눔 동참
생활치료센터·전용병상 제공
취약계층 위한 모금 활동 등
교회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한 그리스도인의 사랑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질병에 취약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한국교회 전체 구성원들의 도움이 쏟아지고 있다. 그 온정의 현장을 소개한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가 3월 2일 대구 8개, 경북 12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700만 원 상당의 위로 물품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제공

■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치료 위한 도움의 손길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격리치료를 위해 한티 피정의 집(관장 여영환 신부)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교구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3월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순교성지에 위치한 한티 피정의 집에 코로나19 경증 환자 100명이 입소했다. 한티 피정의 집 측은 1관에는 환자들을, 2관에는 의료진과 지자체 운영팀 등을 수용하기 위해 관계자와 전례봉사자들이 함께 객실을 청소·정비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비치하는 등 생활치료센터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교구가 생활치료센터를 제공하게 된 것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급증하자 교구 내 관리시설과 봉사인력 제공을 대구시에 문의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대구시가 요청해 옴에 따라 교구는 한티 피정의 집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여영환 신부는 “우리 피정의 집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것은 시대적인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이라며 “우리의 작은 나눔이 모여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속히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등 병원 의료진 3명을 이곳 생활치료센터로 파견했다. 의료지원을 자원한 재활의학과 남경은(아가다) 교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료진은 물론이고, 행정 인력들 모두 서로 도와가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물론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 소방공무원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며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더욱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료원장 송재준 신부)은 125개 병상을 코로나19 확진자 전용병상으로 제공했으며, 교구 사회복지회는 대구 8개, 경북 12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700만 원 상당의 위로 물품을 전달했다.

아울러 광주대교구 사회복지회, 인천 간석4동본당을 비롯해 청주 누노(익명)씨, 전주 이 크리스티나씨(익명) 등 전국 각지에서 직접 제작한 마스크와 손소독제, 후원금 등을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로 보내고 있다. 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마스크 2000매를 3월 9일 대구대교구에 택배로 전달했다.

전주교구 가정사목국장 이금재 신부(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전주교구청 직원들이 3월 9일 대구대교구에 지원하는 마스크를 보내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교구 홍보국 제공

■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손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특별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는 1억6000만 원 규모의 긴급 특별 지원 대책을 내놨다.

교구 산하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은 지난 3월 2일 미혼모와 아동을 위해 긴급구호금 1억1000만 원을 전달했다. 아울러 바보의나눔은 다음날인 3일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together.kakao.com/fundraisings/73352)를 통해 모금에 나섰다. 모금은 5월 3일까지 진행하며, 모금액은 도움이 절실한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지원한 이후 전국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교구 산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이하 본부)도 지난 6일 5000만 원 상당의 긴급 특별 지원을 결정했다. 본부는 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위원회를 통해 지원요청을 받아 위생용품과 생필품, 도시락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본부는 9일부터 한 달간 긴급특별지원 모금을 진행한다. 모금은 본부 계좌(우리은행 1005-194-001004)와 ARS 후원(060-700-1117), 본부 홈페이지(www.obos.or.kr)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 ARS 후원은 한 통화당 3000원이다.

본부장 김정환 신부는 “요즘 소상공인들과 독거노인, 이주민, 쪽방촌 주민 등 사회 취약계층은 그 누구보다 더 큰 불안과 고통을 받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곁에서 함께 울어주며,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우리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한국이사회(회장 이병욱, 이하 빈첸시오회)도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빈첸시오 이사회 소속 총 20개 협의회를 위해 재난 기금으로 1300여만 원을 모았다. 빈첸시오회는 손 세정제, 마스크 등을 마련했으며, 남은 금액은 어려운 이웃이나 지원이 시급히 필요한 본당 협의회에 사용하도록 전달했다.

한편 의정부교구는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재난 긴급 모금에 나섰다. 후원은 계좌(우리은행 1005-802-013850)로 참여 가능하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한국이사회가 모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한국이사회 제공

예수성심시녀회 총원은 3월 2일 김밥 250줄을 싸서 손편지와 함께 대구남구보건소에 전달했다. 출처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홈페이지

대구대교구가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대구시에 제공한 ‘한티 피정의 집’ 객실에서 3월 4일 관계자들이 환자와 의료진을 맞기 위해 객실 청소와 정비를 하고 있다. 사진 방준식 기자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눔의 손길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회장 조성옥 수녀, 이하 장상연) 산하 수도회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각 수도원 인근 선별진료소에 손편지와 간식을 전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상연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를 비롯한 몇몇 수도회를 시작으로 인근 선별진료소에 손편지와 간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또 선별진료소 현황을 공유해 전국 각지의 수도회가 이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각계각층에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신자 유명인들 또한 힘을 보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미카엘) 감독은 지난 2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영화 기생충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스텔라)씨는 지난달 27일 팬들과 함께 1억850만 원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전달한 데 이어 “희망을 잃지 않고 전력을 다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계신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라고 자필로 적은 종이를 든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하며 대구・경북 지역과 의료진・관계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구 출신 배우 손예진(도미니카)씨는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전달하며 “대구 소식에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며 “저소득층과 방역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인두암 투병 중인 배우 김우빈(베네딕토)씨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면역 취약계층의 감염 예방을 위해 1억 원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으며, 배우 공유(요셉)씨 역시 같은 기관에 1억 원을 전달했다.

배우 김태희(베르다)씨는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을 위해 강남 소재 본인 소유 건물의 3월 임대료를 5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가톨릭대학교(총장 신호철 신부)도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했다. 부산가톨릭대는 지난달 28일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20%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또 5일에는 교내 위탁 운영시설인 식당, 편의점, 주차장 운영업체의 임대료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공동취재팀